[이코노믹데일리] 하청업체에 안전관리 비용과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계약 조항을 둔 건설사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건설 현장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가 포함됐다. 건설업계 전반의 안전 책임 이행 방식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포스코이앤씨를 비롯해 케이알산업, 다산건설엔지니어링, 엔씨건설 등 4개사를 상대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이들 회사가 하청업체와 체결한 계약서에 담긴 ‘부당특약’이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안전장비 설치 비용을 하청업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안전수칙 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하청이 지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3개사는 “안전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은 하청이 부담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법령상 부담해야 할 의무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특약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원청이 부담해야 할 안전관리 의무를 계약으로 일괄 면책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을 원청의 안전 비용 전가가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이들 회사 계약서에는 안전 문제 외에도 하청업체에 불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민원 처리와 관련한 모든 비용과 책임을 하청이 부담하도록 하거나 선급금 지급을 전면 배제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조항 역시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부당특약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계약 금액 산정 과정에서도 위반 정황이 드러났다. 경쟁입찰에서 결정된 최저 낙찰가보다 7억7500만원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 입찰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하는 행위는 하도급법이 금지하고 있다. 또한 공사 착공 이전에 교부해야 할 계약 서면을 착공 이후에 발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 4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고발 의견을 모두 제시한 상태다. 최종 처분 수위는 위원회 구술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안전 책임은 법령상 원청이 중심이 돼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들어 계약서 한 줄로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이 용인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 비용과 책임을 외주화하는 계약이 반복됐다면 경영 책임과 직결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최종 판단은 공정위의 심의 절차를 통해 확정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원청과 하청 간 책임 배분 관행에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안전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의무이자 기본 원칙이라는 점에서 이번 제재 절차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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