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HD현대중공업, 전환기 노사 공조 제도화…'기술·고용' 동시 관리 나섰다

정보운 기자 2026-02-11 16:08:27
기술 혁신·고용 안정 두 축 병행…노사 협의체로 충격 흡수 수주 확대 국면서 납기 리스크 관리…노사 갈등 선제 차단
지난 10일(화) 울산 본사에서 개최된 'K-조선 미래 항로 개척을 위한 노사 공동협의체 출범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좌측 세 번째부터) 양영봉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금석호 HD현대중공업 사장. (우측 두 번째)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이사장. [사진=HD현대]

[이코노믹데일리]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조선업 구조 전환기에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스마트 조선소 전환과 친환경·고부가 선종 확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노사 공동협의체'를 통해 기술 변화와 고용 이슈를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울산 본사에서 'K-조선 미래 항로 개척을 위한 노사 공동협의체' 출범식을 열고 정례 협의 체계를 가동했다. 이번 협의체는 지난해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합의한 기구로 조선산업의 기술 변화와 산업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표면적으로는 상생 협의체지만 배경에는 조선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은 LNG·암모니아·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고 있고 설계·생산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자동화 설비와 데이터 기반 공정 관리가 확대될수록 작업 방식 변화와 인력 재배치 문제는 불가피하다.

특히 스마트 조선소 구축은 생산 효율과 안전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직무 구조와 숙련 체계에 변화를 요구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HD현대중공업이 정례 협의체를 제도화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협의체는 매주 회의를 통해 신기술 도입에 따른 작업 환경 변화, 고용 안정, 안전보건, 인사 제도 개편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논의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기술 변화에 따른 인력 문제를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조율 방식으로 풀겠다는 시도다.

이번 행보는 조선업 호황기와도 맞물려 있다. 수주 잔고가 늘어나며 생산 일정이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곧 납기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글로벌 선주들이 안정적 생산 체계를 중시하는 만큼 노사 협력 구조 자체가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 전환기 노사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출범식에 참석한 점은 조선업이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선업이 단순 제조업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노사 공동 대응 모델은 정책적 의미도 갖는다.

다만 협의체의 실효성은 실제 합의 구조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 도입 속도와 고용 안정 요구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한 소통 창구에 그칠지 산업 전환기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비롯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노사 공동협의체 출범을 기점으로 노사가 미래 방향성을 함께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석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은 "노사 공동협의체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구성원의 고용 안정에 대해 밀도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게 됐다"며 "미래 세대가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의체를 통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구성원의 고용 안정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업이 다시 호황 국면에 진입한 시점에서 노사가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공동 설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