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조용했던 건설 신년인사회… 업계 얼굴도 옅었다

한석진 기자 2026-01-15 11:37:42
대형사 존재감 옅고 제도 논의는 공백 구심력과 신뢰 회복 과제 남겨
2026 건설인 신년인사회 [사진=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이코노믹데일리] 불황이 길어질수록 산업의 위기는 숫자보다 분위기에서 먼저 읽힌다. 14일 열린 건설인 신년인사회는 정부와 국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공식 행사였지만 행사장을 채운 공기는 차분함을 넘어 다소 조용했다. 위기 인식은 반복됐지만 해법을 둘러싼 긴장감은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현장에서 나왔다.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회관에서 열린 ‘2026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조달청 수장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정해진 의전과 축사 순서에 따라 무리 없이 진행됐다.
 

다만 현장 분위기는 예년과는 결이 달랐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행사장은 단정했지만 북적임은 크지 않았다. 일부 참석자들은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의 모습도 제한적으로 확인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불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연례 행사가 예년보다 한층 소규모로 느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번 행사를 이끈 협회 리더십으로 향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의 수장은 한승구 회장이다. 한 회장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중견 건설사 계룡건설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주택 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대형 건설사와 중소·중견사 간 사업 환경과 이해관계가 이전보다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대형사는 선별 수주와 해외 사업에 무게를 두는 반면 중소·중견사는 국내 주택과 공공 공사 의존도가 높아 체감 경기의 온도 차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협회장 개인의 이력 자체보다도 협회가 이처럼 갈라진 이해를 하나의 목소리로 묶어낼 수 있는 구심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신년인사회에서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의 모습이 제한적으로 보였다는 평가 역시 이런 맥락에서 제기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행사가 위기의 무게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경우 산업의 방향성 역시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이를 협회장 개인의 출신 배경과 직접 연결해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이날 연단에 오른 신년사와 축사에서 제시된 진단은 대체로 비슷한 방향을 가리켰다. 건설 원가 상승과 주택 경기 위축 지방 미분양 누적 등으로 업계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 언급됐다. 동시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탄소 감축이라는 과제가 겹쳐 있다는 인식도 공유됐다.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 증가와 사회간접자본 예산 확대를 언급하며 회복 가능성을 강조했고 업계는 적정 공사비와 공기 확보 지방 주택 시장 보완책을 요청했다.

 

다만 이런 공식 발언과는 달리 행사장 안팎에서는 불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다른 평가도 나왔다. 일부 참석자들은 위기 진단은 반복됐지만 산업 내부의 신뢰를 떠받치는 제도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비켜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 논의의 공백이 거론되면서 행사장 안팎에서는 건설산업의 금융 안전망 역할을 맡고 있는 건설공제조합의 역할과 감독 체계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올랐다.
 

건설공제조합은 건설사가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이행보증과 하자보증을 제공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융자와 공제 사업을 수행하는 업계의 금융 안전망이다. 발주자에게는 계약 이행을 담보하는 장치이고 건설사에게는 보증과 자금 조달을 동시에 담당하는 기반이다. 현행 제도상 공제조합의 운영과 재무 상태는 국토교통부의 감독 대상이며 공제 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의 검사 근거도 마련돼 있다.
 

다만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공제조합의 역할과 책임이 과거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 현장에서 문제의 출발점으로 거론된다. 보증 사고 위험이 커지고 중소·중견 건설사의 자금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공제조합의 재무 건전성과 운용 투명성이 업계 전반의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불황 국면에서는 개별 건설사의 리스크가 공제조합을 통해 집단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배경에서 현장에서는 감독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공제조합이 수행하는 공제 사업이 사실상 금융 기능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보다 정기적이고 전문적인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수준의 검사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 같은 맥락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는 특정 사안을 겨냥했다기보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업계 금융 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다른 쟁점은 공사비와 공기 정산 관행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가 변동과 공정 지연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발주 단계와 사후 정산 과정의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불황 국면에서 행사 중심의 교류가 반복될 경우 현장의 어려움과 괴리가 커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포럼이나 제도 논의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정산 기준을 다뤄야 한다는 제안도 뒤따랐다.
 

이번 신년인사회는 덕담과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공식 행사로서의 기능은 수행했다. 다만 불황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산업의 체온을 얼마나 정확히 담아냈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년인사회가 단순한 연례 행사를 넘어 업계의 구심력과 금융·정산 신뢰 회복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점검하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