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순간은 단지 한 개인의 형사 절차가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하는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권력을 위임받았던 최고 책임자가 법 앞에 서는 장면이며 민주공화국이 스스로의 원칙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순간이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이 보인 태도는 이 무겁고 비극적인 현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검찰을 비웃듯 대응했고 자신의 행위가 국가와 국민에게 남긴 상처에 대해서는 끝내 침묵하거나 책임을 회피했다.
문제는 법률적 유무죄 판단 이전에 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완벽한 변론 기술이나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해 사과하는 최소한의 자세다.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공직자로서 그리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도리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을 피해자로 설정하며 궤변에 가까운 주장만을 반복했다. 그 모습은 법정에 선 개인의 방어권 행사라기보다는 끝까지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태도로 비쳤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다. 헌법 제66조가 규정하듯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헌법 수호의 최종 책임자다. 그의 말과 행동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판단과 결정으로 인해 국가가 분열되고 경제와 외교가 흔들리며 국민의 일상이 불안에 놓였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과거를 돌아보면 권력의 끝자락에서 보인 태도가 역사의 평가를 갈랐던 사례는 적지 않다. 1974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끝내 사임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의 이익을 위해 물러난다”는 선택을 했다. 그 결정 하나로 그는 헌정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이 아니라 제도에 의해 제어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반면 끝까지 책임을 부정하고 현실을 왜곡한 지도자들은 대체로 역사 속에서 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고전은 권력자의 책임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정명(正名)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름은 권력의 면허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다. 윤 전 대통령의 언행은 이 ‘정명’의 원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부당하게 공격받는 존재로 규정하지만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혼란의 연속과 국정의 공백이다.
맹자는 군주의 자격을 분명히 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다.” 지도자는 자신의 권위보다 국민의 삶을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태도에서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불안 속에서 고통받은 서민도, 외교적 고립을 걱정한 시민도, 정치적 갈등으로 일상이 파괴된 이들도 그의 발언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서사만 있을 뿐이다.
물론 법정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권리의 행사와 도덕적 책임은 다른 문제다. 전직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법률적 방어를 넘어서는 자세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 그 판단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성찰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것, 그것이 국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윤리다.
윤 전 대통령이 끝까지 사과를 거부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순간 그가 쌓아온 권력의 서사가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권력을 지킨 사람보다 책임을 인정한 사람에게 더 관대했다. 사과는 패배 선언이 아니라 공적 삶의 마지막을 품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많은 상처를 겪었다. 정치적 양극화, 제도에 대한 불신, 지도자에 대한 환멸이 누적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끝없는 자기변명은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더 깊게 만들 뿐이다. 국민은 복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직시하고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윤 전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논리도 더 공격적인 발언도 아니다. 침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다. 그것이 비록 형사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역사의 법정에서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권력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은 개인의 명예를 넘어 국가의 품격을 규정한다. 지금 윤 전 대통령이 선택해야 할 것은 궤변이 아니라 성찰이며 조롱이 아니라 사과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이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상식이며 역사 앞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현장] 수출 부진 르노코리아, 야심작 필랑트 공개…HEV 시장 게임 체인저 될까](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1/13/20260113134731840202_388_13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