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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트럼프의 마두로 체포와 글로벌 유가 시장의 새로운 국면

유명환 기사사 2026-01-12 09:04:31
[이코노믹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국제 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시도는 단순한 외교적 압박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이미 취약한 유가 안정성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에 대한 강경 노선을 재개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베네수엘라의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지속돼 왔다.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야권 후보 배제와 선거 부정 의혹이 제기되며 마두로 정권의 정당성은 더욱 훼손됐다. 미국은 이를 명분으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마두로를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하며 법적 압박을 가해왔다.
 
하지만 실질적 동기는 베네수엘라의 전략적 가치에 있다. 세계 최대 3000억배럴 이상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의 영향권 밖에서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미국 주도의 질서 안으로 편입시켜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중남미 진출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마두로 체포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베네수엘라 국내 정치는 물론 중남미 전역의 반미 감정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니카라과, 쿠바 등 좌파 정권들은 미국의 개입을 강력히 비난하며 연대를 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도 마두로 지지 세력과 반대파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내전 수준의 혼란으로 비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즉각적으로 유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마두로 체포 가능성이 보도된 직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5달러 이상 급등했다. 시장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 차질을 우려하며 선제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하루 약 70만배럴을 생산하며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정권 교체나 내전 상황이 발생하면 이마저도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문제는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이 이미 공급 부족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감산 정책을 유지하며 가격 방어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산 원유는 서방의 제재로 정상적인 거래가 어렵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변수까지 가세하면 공급 여력은 더욱 축소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하반기 원유 수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베네수엘라 사태가 이를 앞당길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가 급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베네수엘라의 실질 생산량이 이미 크게 감소한 상태에서 추가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이나 셰일 오일 증산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에너지 독립'을 강조하며 국내 생산 확대를 추진한 바 있어 이번에도 유가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가 실현되면 중장기적으로 원유 시장 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친미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국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 참여가 본격화되고 생산량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다. 과거 차베스 정권 이전 베네수엘라는 하루 30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며 글로벌 주요 산유국이었다. 기술과 투자가 재개되면 수년 내 200만배럴 수준까지 회복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OPEC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 주도 질서에 편입되면 중동 산유국들의 가격 결정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셰일과 베네수엘라의 공급 확대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유가 변동성을 키울 것이다. 베네수엘라 내부 혼란이 장기화되거나 중국과 러시아가 마두로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는 오히려 증폭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6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원유 공급 계약도 장기간 체결한 상태다.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유가 변동에 극도로 민감하다. 베네수엘라 사태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 특히 정유, 화학, 운송업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다각적 대응이 필요하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며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 도입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단순한 외교적 사건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