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건설사들의 ‘영업정지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 발생했던 사고를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이 잇따라 확정되거나 소송 절차가 본격화하면서다. 안전사고의 후폭풍이 경영 리스크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2018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발생한 흙막이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해당 사고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관리 소홀을 인정해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대우건설은 곧바로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영업정지 취소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다면 취소소송 판결 전까지 영업활동에 제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신공영에 대한 영업정지는 최근 확정됐다. 2019년 6월 부산 기장군 일광지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따른 조치로 기간은 2개월이다. 한신공영은 영업정지 행정처분 취소소송 2심 판결에서 패소 후 처분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고 발생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행정처분이 현실화된 셈이다.
대형 사고와 맞물린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광주 학동 철거 붕괴사고와 관련한 영업정지 처분을 놓고 서울시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화정 사고에 대해 12개월, 학동 사고에 대해 8개월의 영업정지를 각각 처분했다.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현재 영업정지 처분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 화정 사고 관련 영업정지 취소소송의 변론은 형사사건 감정 결과가 나온 뒤 재개될 예정이다. 학동 사고 소송은 항소심을 진행하는 중이다.
GS건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GS건설의 경우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사망자는 없었으나 품질 우려가 존재했던 만큼 GS건설은 해당 단지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했다.
이 사고에 대해 국토부는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 역시 품질관리 부실과 안전점검 불성실 이유로 영업정지 2개월을 처분했다. GS건설은 현재 서울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건설사들이 영업정지 처분에 맞서 집행정지나 취소소송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업정지가 확정될 경우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되고 신규 수주가 중단되면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경우 영업정지 기간 수천억원 혹은 수조원 규모의 수주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집행정지·취소소송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국회가 안전사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9월 범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영업정지 요건을 추가하고 기간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올해 대형 건설사 공사장에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만큼 사고 건설사들이 전보다 강한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공사장 추락 사고를 시작으로 △4월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 △대구 주상복합 공사장 추락사고 △7월 경남 함양~창녕 고속도로 10공구 현장 사망사고 △외국인 근로자 감전사고까지 잇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계속된 사고로 대표이사까지 교체했지만 이달 18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 신안산선 공사현장에서 사망 1명, 부상 2명이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또다시 발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고강도 행정처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제 처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신공영 사례처럼 행정처분 확정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고 수습 후에도 관련 경영 리스크는 장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는 단순한 행정처분이 아니라 회사 존립과 직결되는 리스크다”라며 “수년이 걸리는 법적 판결뿐만 아니라 발주처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조합이나 공공기관 모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하기에 사고 이후에도 경영 부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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