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임상시험수탁(CRO) 기업 우시앱텍을 비롯해 중국 기업을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단순 규제 차원을 넘어 산업 공급망 재편의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와 맞물려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며 대통령 승인만 남겨둔 상황도 긴장감을 높인다. 해당 법안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 제한을 골자로 하는 만큼 시행 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급망 전략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생물보안법은 지난해만 해도 모호한 기준 탓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내 ‘중국 바이오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급속히 확산되며 입법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그 규제의 중심에는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있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 위탁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중국 대표 CRO·CDMO 기업인 만큼 미국 규제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우시앱텍의 매출 구조는 이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3년 기준 우시앱텍 매출의 6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이 받을 충격이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눈에 띄는 점은 미국 내 규제가 강해질수록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로비 비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우시앱텍은 107만 달러, 우시바이오로직스는 56만 달러를 로비 비용으로 지출했다. 생물보안법이 처음 발의됐던 지난해 9월 말까지 지출된 로비 비용(우시앱택 80만 달러, 우시바이오로직스 34만5000 달러)보다 늘어난 규모다.
일각에서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조차 미국 규제 강화가 ‘생사의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본격화되면 대체 공급처 확보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권 CDMO로 자리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연스럽게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근 CRO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우시앱텍 대체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과 ESG 기준을 관리하는 PSCI(Responsible Care Initiative)의 공급기업 파트너로 등록된 국내 CDMO도 10곳에 달한다는 점은 해외 고객사의 신뢰 확보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유럽의 CDMO 기업들도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며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더구나 생물보안법이 향후 ‘중국 중심 규제’에서 ‘데이터·공급망 기준 강화’로 확장될 경우 국내 기업 역시 규제 레이더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자동 수혜’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바이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얻을 기회는 ‘자동 수혜’가 아닌 ‘조건부 기회’다. 규제 준수 역량, 데이터 신뢰성, 품질 관리 체계 등 글로벌 수준의 요건을 얼마나 공고히 갖추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기에 국내기업이 앞으로 몇 년간 얼마나 전략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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