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광약품, 대원제약, GC녹십자, 동아에스티 등 주요 제약사들이 잇따라 임상 중단 결정을 내렸다. 화려한 성공담 뒤에는 이처럼 드러나지 않은 ‘실패의 기록’이 늘 함께한다.
부광약품의 자회사 콘테라파마는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의 미국 임상을 중단했다. 유럽 후기 2상 임상이 실패하면서 후속 연구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3상 진입을 목표로 했지만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임상을 전면 중단했다.
대원제약도 ‘DW-4221’, ‘DW-1022’, ‘DW-1704’ 등 주요 파이프라인을 정리했다. 당뇨 및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인 DW-4221과 DW-1022는 효능 미달과 전략 변경이 원인이었다. 8년간 개발해온 정맥·림프부종 치료제 DW-1704는 임상 2상 완료 후에도 사업성을 이유로 중단했다.
GC녹십자는 대장암 치료제 ‘GC1118A’의 개발을 접었다. 2019년 임상 2a상까지 진척이 보였으나 경쟁 심화와 상업화 한계로 더 이상의 개발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동아에스티 또한 과민성 방광 치료제 ‘DA-8010’이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항암제 ‘AFM32’는 파트너사 파산으로 중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파킨슨병 환자 대상 아침 무동증 치료제 임상 1b상에서 긍정적 톱라인 결과를 확보했으며 대원제약도 차세대 P-CAB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의 임상 3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는 등 국내 제약사들이 새로운 파이프라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신약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잦다. 통상 하나의 신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10년 이상, 수천억원이 투입되지만 그 길은 대부분 도중에 끊긴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이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실패 없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임상 중단은 ‘패배’가 아니라 ‘다음 실험을 위한 데이터’로 봐야 한다. 도전과 실패가 반복되지 않는다면 한국 신약 개발의 미래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신약 개발은 꽃길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길을 멈추는 순간, 혁신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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