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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외교전' 나선 4대 금융…농협은 왜 빠졌나

지다혜 기자 2025-10-31 05:11:00
KB·신한·하나·우리 회장단, APEC CEO 서밋 참석 금융당국 수사·내부 이슈 여파설도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이코노믹데일리]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외교 활동에 나선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수장은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농협 계열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수사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비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은 전날 경주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들 회장단과 함께 각 그룹의 은행장들도 동행해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행보에 나섰다.

반면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과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모두 APEC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별다른 이유는 없고, 초청 범위가 4대 금융지주 기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APEC CEO 서밋은 오는 31일 개막하는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으로 이번 행사에는 APEC 회원국 정상급 인사 16명을 비롯해 전 산업 분야 글로벌 CEO 약 1700명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선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와 다니엘 핀토 JP모건 부회장 등이 참여했으며, 프레이저 CEO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과 면담한 데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만나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4대 금융지주는 이번 APEC 기간 직접적인 세션 참여보다는 글로벌 금융 동향을 공유하고 해외 CEO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또한 공식 협력사인 우리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금 지원, 계열사별 봉사활동, 외벽 홍보 등 다양한 형태로 회의 성공 개최를 지원해 왔다.

농협금융 역시 그간 APEC 개최 준비에 적극 동참해 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중심으로 지난 2월 경북지역본부 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경상북도와 APEC 준비위원단과 협력해 전국 22개 시군지부 및 151개 농축협과 홍보를 이어왔다. 이동점포 지원과 관련 금융상품 개발 등 실질적 지원도 병행했다.

특히 농협은행이 8월 출시한 'APEC 2025 KOREA 성공개최를 위한 예금' 상품은 출시 두 달 만인 지난 17일 목표 한도 3000억원을 모두 채우며 조기 완판됐다. 가입자만 1만6000여명에 달하며 흥행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농협금융만 이번 APEC CEO 서밋에 불참하면서 최근 농협 계열사들을 둘러싼 연이은 수사와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금융당국은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중앙회를 포함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 중이다.

농협금융이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고는 하지만 시기적으로 여러 내부 이슈가 겹치면서 외부 활동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정부의 '불공정거래 척결' 기조 아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최근 NH투자증권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강 회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진 상태다.

합동대응단의 '2호 사건'으로 지목된 NH투자증권 사건은 고위 임원의 내부 정보 유용이 핵심이다. 해당 임원은 상장사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총괄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수년간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강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철이었던 지난해 1월 전후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하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당선이 유력하던 시기 업체 대표가 강 회장에게 금품을 전달하며 사업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게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이유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의혹 관련해선 "수사 중이라 언급하기 어렵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