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우리금융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금융지주·은행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28일,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6년 만에 국민은행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도 그 기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양 은행의 격차는 크지 않다. 특히 2분기 기준으로는 국민은행이 소폭 앞서며 이번 3분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다시 뒤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2조26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은행권 실적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2조1876억원을 거둬 2위에 그쳤으나,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하며 신한은행과의 격차를 좁혔다. 아울러 2분기 기준 1조1612억원을 기록해 신한은행(1조1387억원)보다 225억원 앞서기도 했다.
실적 경쟁 못지않게 IRP 시장에서도 양사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최근 두 은행이 나란히 'IRP 1위'를 주장하며 서로 다른 강점을 내세운 것이다.
신한은행은 적립금 성장률과 상장지수펀드(ETF) 라인업 확충을 중심으로 한 성과 중심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중심으로 한 장기 안정적 수익률을 내세우며 ETF 중심 전략은 단기 성과에 그칠 수 있단 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신한은행의 IRP 적립금은 18조2763억원으로 업권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18조1675억원으로 약 1088억원 뒤처졌다.
하지만 IRP 수익률에선 국민은행이 3분기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 15.34%를 기록하며 신한은행(13.96%) 대비 1.38%p나 높았다.
신한은행은 적립금 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다양한 ETF 라인업과 서비스 개편 등을 꼽았다. 현재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다인 총 216종의 ETF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SOL 나의 퇴직연금' 서비스 개편을 통해 ETF 거래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ETF 잔액은 지난해 말 8300억원에서 올해 8월 2조원을 돌파하며 2배 넘게 늘었다. 이 기간 ETF 잔액이 1조원 이상 증가한 은행은 신한은행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과 동일하게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인플레이션 대비를 위한 대표적인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TDF와 분산투자 중심의 자산배분 전략을 안정적인 수익률 성과의 비결로 꼽고 있다. 중장기 운용에 적합한 변동성 관리와 안정성을 중시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설명이다.
TDF는 은퇴나 주택매입, 자녀 학자금 등 투자자가 원하는 목표 시점에 맞춰 자산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다.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자산 성장에 집중하다가, 목표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리스크를 줄여주는 전략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매년 역대급 실적을 내는 은행들의 원동력으로는 급증한 비이자이익이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비이자이익 기반 구축을 위해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수수료 면제와 편의성 제고 등 관련 서비스도 확대하며 자산관리(WM) 사업과의 연계도 강화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고객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 8월부터 비대면 채널로 IRP 계좌를 개설하고 퇴직금 1억원 이상이 입금된 고객에게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아울러 다음 달 중 수수료 면제 대상을 5000만원 이상 입금한 고객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IRP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비대면으로 IRP를 가입하고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부과되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적립금이 5000만원 미만일 경우 수수료 연 0.2% 인하다.
또 신한은행은 기존 상담시간 이후에도 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굿 이브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내 '퇴직연금 메인 서비스'를 전면 개편해 고객 이용 편의성을 강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리딩뱅크 경쟁이 단순한 순이익 싸움을 넘어 상품 운용력이나 장기 신뢰도 등 종합 경쟁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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