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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캄보디아 사태'에 동남아 불법 구인광고 긴급 삭제 지시

선재관 기자 2025-10-17 18:11:44
'뒷북' 대책 논란…정부, 동남아 취업사기 광고와 '숨바꼭질' 전쟁 '고수익 알바' 누르다 지옥행…진짜 범죄 소굴은 따로 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동남아 불법 구인 광고 긴급 삭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코노믹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구금 사태의 후속 조치로 동남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 불법 구인광고를 긴급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과 함께 범죄의 진짜 온상이 되는 해외 소셜미디어와 메신저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17일 이 대통령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 부처에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 조직이 다른 동남아 국가로 거점을 옮기는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즉각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와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불법 광고에 대한 자율 심의 및 삭제 절차에 돌입했다.

이규연 수석은 “이들 기관은 불법 광고가 노출되는 사이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포털 사업자 등에게 전달할 방침”이라며 “이번 긴급 삭제 조치를 통해 선의의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언론과 피해자들을 통해 위험성이 경고됐음에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나온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의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부의 협의체에 포함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하지만 실제 불법 구인광고가 대량으로 유포되는 주된 경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다. 

이들 플랫폼에서는 ‘#고수익알바’, ‘#해외취업’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청년들을 유혹하는 광고가 넘쳐나지만,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법의 강제력은 제한적이다. ‘자율 심의’라는 권고적 수준의 협조 요청만으로는 광고를 삭제해도 계정을 바꿔 다시 올리는 ‘두더지 잡기’식의 숨바꼭질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번 긴급 삭제 조치는 당장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범죄 조직의 서버 자체를 차단하는 등 근본적인 해법 없이는 ‘제2의 캄보디아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