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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금속 거목'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별세…韓 제련산업 세계 1위로 이끈 거목

정보운 기자 2025-10-06 18:07:40
자원 빈국에서 세계 1위 제련소 일군 산업계 선구자 '정도경영·기술혁신'으로 자취 남겨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이코노믹데일리] 비철금속 산업을 개척하며 고려아연을 세계 1위 제련기업으로 성장시킨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은 서울대병원(종로구)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임종에는 부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아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이 곁을 지켰다.

장례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부회장이 맡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영결식은 10일 오전 8시에 거행된다.
 
'비철금속 불모지'서 세계 1위로…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개척자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故) 최기호 초대 회장의 차남으로 1974년 창립된 고려아연의 기틀을 세우고 회사를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비철금속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콜롬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귀국 후 부친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1970년대 초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호응해 아연 제련소 설립을 추진했다. 자원 빈국이던 한국에서 비철 제련산업을 일으키는 일은 당시로선 무모한 도전이었다.

최 명예회장은 국제금융기구(IFC)를 직접 찾아가 투자 유치를 설득했다. IFC가 70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그는 “5000만달러면 충분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4500만달러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1978년 온산제련소 준공 이후에도 기술력 부족과 시행착오 속에서 경영관리체계를 정비하며 정상 가동에 성공했다. 이후 기술연구소 설립, 에너지 절감형 제련기술 DRS공법 도입, 런던금속거래소(LME) 등록 등을 추진해 기술 자립 기반을 구축했다.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라"…정도경영·친환경 철학 남겨
최 명예회장은 1992년 회장 취임 이후에도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라”, “기본에 충실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정도경영을 실천했다.

그는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연 5만톤 수준이던 아연 생산능력을 65만톤으로 끌어올렸고 매출은 114억원에서 12조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회사 시가총액도 한때 20조원에 달했다.

특히 고려아연을 ‘공해산업’이 아닌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다. 제련 부산물을 재활용해 시멘트 원료로 판매하는 등 자원 리사이클링 체계를 정착시켰다.

2002년 명예회장에 오른 뒤에도 환경친화기술과 희소금속 회수, 해외 자원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힘썼다. 고려아연은 현재 연간 100만톤 이상의 원료를 제련하며 금·은·인듐 등 고부가가치 금속을 생산하는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은 기업인의 기본 원칙을 누구보다 철저히 지켰고 인재 채용과 업무 처리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며 “정도경영의 모범을 남기셨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