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0년간 시장을 옥죄었던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이 폐지됐지만 기대했던 ‘보조금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8월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은 오히려 급격히 냉각되며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전의 잠잠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이례적인 시장 과열에 따른 피로감과 통신사들의 전략적 숨 고르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8월 번호이동 건수는 64만461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통법 폐지 직후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던 7월(95만6863건) 대비 32.6%나 급감한 수치다. SK텔레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시장이 요동쳤던 지난 5월(93만3509건)은 물론 사태가 처음 알려진 4월(69만900명)보다도 적은 규모다.
이러한 시장 냉각의 가장 큰 원인은 통신사들이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기점으로 상반기에 이미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통신사들이 출혈 경쟁을 이어갈 동력을 잃었다고 분석한다.
통신사별 성적표는 뚜렷한 희비를 보였다. 8월 한 달간 SK텔레콤은 1만390명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하며 3사 중 유일하게 웃었다. 이는 해킹 사태로 전례 없는 가입자 이탈을 겪은 SK텔레콤이 내놓은 파격적인 고객 보상책의 효과로 분석된다. 8월 한 달간 전 고객 대상 통신요금 50% 할인,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 추가 지급, 해지 고객의 가입 연수 원상 복구 등은 이탈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공격적인 영업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7863명, 221명의 가입자 순감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특히 KT는 전월 대비 번호이동 유치 건수가 48.4%나 급감하며 3사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오는 10일 공개될 애플의 ‘아이폰17’로 쏠리고 있다. 단통법 폐지 이후 처음 맞이하는 최대 성수기인 만큼 통신사들이 본격적인 마케팅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조사 보조금이 거의 없는 아이폰의 특성상 과거와 같은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번지기보다는 통신사별 혜택과 서비스 경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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