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포스코이앤씨, '취약 요일' 인명사고 반복… 정권·여당 전방위 압박

한석진 기자 2025-08-08 09:03:37
대통령 면허 취소 발언 후 전례 없는 전수조사… 업계 "정치적 겨냥 의혹"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병덕 위원장이 지난 4일 작업자가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을 살펴본 후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신임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7위 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른 근로자 사망 사고로 정권 차원의 강도 높은 압박에 직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면서 포스코 그룹은 전사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 다섯 건 가운데 네 건이 주말 전후인 월요일과 금요일에 집중됐다. 지난해 발생한 세 건도 모두 휴일 전후인 월요일 두 건 금요일 한 건이었다.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6월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이 같은 요일을 ‘취약 구간’으로 지목하고 휴일 작업 사전 승인과 작업 시작 및 종료 전후 집중 관리 CCTV 모니터링 강화 등을 재발 방지책으로 명시했으나 같은 양상이 올해도 되풀이됐다.
 

올해 사망 사고는 1월 16일 목요일을 제외하면 4월 11일 금요일 4월 21일 월요일 7월 28일 월요일 8월 4일 월요일에 발생했다. 그룹 차원의 안전 대책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전국 100여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 안전 관리 실태와 불법 하도급 여부를 점검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재해 발생 건설사에 대해 ‘삼진 아웃’ 시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 검토에 들어갔다. 대통령의 발언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다.
 

포스코 그룹은 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 신임 대표에 그룹 ‘안전특별진단TF’ 팀장 송치영 부사장을 임명하고 포항제철소 안전 담당 이동호 부소장을 ‘안전 담당 사장 보좌역’으로 배치했다. 같은 날 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격주 4일제’를 ‘주 5일제’로 한시 전환하라는 공지를 발송하며 인력과 조직을 총동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책임은 분명하나 대통령과 여당이 일제히 몰아세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5년간 10대 건설사 재해 사망자 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삼성물산과 함께 사망자가 가장 적었다. 올해도 사망자 수만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6명으로 더 많았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을 본보기로 삼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건설 현장의 고령화와 외국인 근로자 증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특정 기업 책임만 부각하는 방식으로는 산업재해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2년간 포스코이앤씨 사망자 7명 중 6명이 50~60대였고 이달 초 광명·서울고속도로 현장에서 발생한 심정지 피해자도 외국인이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압박만 가하는 방식이라면 유사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