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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의 별의 순간] ⑧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라진다"

박경아 기자 2025-07-11 16:52:43
삼성가 막내딸에서 '유통 제국 설계자'로 숫자보다 사람 믿고, 변화 앞에 먼저 움직인 경영인
[이미지=챗gpt]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 산업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24년 3월 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총괄회장’으로 직함을 옮기면서 ‘이명희의 신세계’가 ‘정용진의 신세계’로 변화했습니다. 회장직에 오른 지 26년 만에 이명희 회장이 총괄회장으로 역할정리를 했지만 여전히 중요 사안마다 그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습니다.
 
이명희 회장의 ‘별의 순간’을 꼽는다면 1997년 삼성에서의 완전한 계열 분리 이후 신세계를 본격적인 유통 강자로 키우기 시작한 그 시점일 것입니다. 단 두 개의 백화점과 조선호텔만 있던 작은 조직을 ‘신세계그룹’이란 국내 유통업계 거인으로 탈바꿈시킨 순간, 그 중심엔 늘 조용하지만 단호한 리더 이 회장이 있었습니다.
 
부친인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제안으로 37세 나이에 현모양처의 꿈을 접고 1979년 경영에 뛰어든 이 회장은 2001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신세계’로 사명 변경을 결정하며 유통 전반을 포괄하는 그룹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이 결정은 백화점을 넘어 이마트, 프리미엄 아울렛, 센텀시티, 스타벅스코리아까지 확장되는 미래 신세계의 밑그림이 됐습니다.
 
이 회장의 리더십은 철저한 원칙과 사람에 대한 신뢰에 기반했습니다. “어린이 말이라도 경청해라, 사람을 나무 기르듯 기르라.” 이 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창업주가 전한 이 조언을 늘 가슴에 새겼다고 합니다. 구학서 전 회장과 허인철 전 사장을 전폭 신뢰해 핵심 의사결정을 위임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이병철 회장의 이 말은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자산을 줄이던 시기, 신세계는 반대로 전국 요지의 부동산을 적극 매입했습니다. 이후 이 부지는 이마트 점포와 초대형 백화점으로 탈바꿈하며 신세계 성장의 결정적 발판이 됐습니다. 2006년에는 월마트코리아 인수를 단행해 이마트의 전국 확장을 이끌었고 2009년에는 부산 센텀시티에 세계 최대 백화점을 열어 글로벌시장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이 회장은 신세계로 사명을 바꾼 이후 늘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라진다.” 이 철학은 신세계의 빠른 사업 확장, 트렌드 선도,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이어졌고 스타벅스코리아란 결실을 맺었습니다. 미국 유학 중 스타벅스를 경험한 아들 정용진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설립한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계열 분리 당시 1조7500억원 수준이던 신세계 매출은 이제 35조원을 넘겼고, 재계 순위는 33위에서 11위로 뛰었습니다. 이명희 회장은 삼성가의 막내딸에서 한국 유통업의 상징으로 우뚝 섰고, 이 회장의 ‘별의 순간’은 지금도 수많은 여성 리더들에게 빛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