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롯데 하나 우리 KB국민 등 전업 8개 카드사의 12개월 이상 미사용 휴면카드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1633만4000장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442만4000장 대비 13.24% 증가한 수치이며 전체 신용카드 수 대비 비중도 17.67%로 전년 동기보다 1.19%포인트(p) 늘었다.
휴면카드는 매 분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수량은 3.29% 증가했고 비율도 0.84%p 올랐다. PLCC 확산과 신규 고객 모집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PLCC는 특정 제휴사 소비처에 혜택이 집중된 구조로 범용 카드보다 일회성 소비 유입이 많아 상대적으로 휴면 전환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처가 정해진 PLCC는 고객의 반복 이용 가능성이 낮은 측면이 있고 카드 발급량 자체가 늘면서 전체 휴면카드도 동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휴면카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BC카드로 나타났다. 전체 카드 중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40.42%로 업계 평균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BC카드 측은 "BC 브랜드를 빌려 다른 금융기관이 카드를 발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통계상 휴면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해명했다.
휴면카드 증가는 카드사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발급 시 투입되는 시스템 개발비나 마케팅 비용은 고객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매몰 비용으로 남게 되며 고객 이탈이 반복될수록 부담만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용이 없더라도 초기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휴면카드 비율 증가는 실질 고객 감소로 이어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휴면카드의 해지 또는 계속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도입했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인 지난해 4분기 이후에도 휴면카드는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 외에도 소비자 인식 제고와 카드사 유인을 고려한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 정책은 방향성은 맞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낮고 서비스 접근성도 부족했다"며 "카드사 인센티브 부여와 홍보 강화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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