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수 큐로셀 대표의 말이다. 대한민국 첫 국산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큐로셀이 ‘림카토(안발셀)’의 상용화를 앞두고 국내 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12일 대전 본사에서 만난 김건수 대표는 림카토에 담긴 독자 기술력부터 임상 과정의 난관, 향후 전략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T 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 치료제로 림프종·백혈병과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는 자체 개발된 CAR-T 치료제가 없어 많은 환자들은 해외에 의존해 왔다.
큐로셀의 림카토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국산 치료제다. 김 대표는 “림카토는 단순한 CAR-T가 아닌 큐로셀의 독자 기술인 오비스(OVIS™)가 적용된 3세대 CAR-T 치료제”라고 소개했다.
암은 단순히 세포 증식이 아닌 면역 회피 기전을 만들어 자라는 복잡한 생명체다. 큐로셀은 이러한 암세포의 ‘방패’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했고 그 핵심 기술이 바로 오비스다.
김 대표는 “CAR-T 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한다는 점은 같지만 림카토는 다르다”며 “오비스 기술로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장치를 직접 제거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림카토는 단일 제품이 아닌 암의 면역 회피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치료제로 보고 있다”며 “림프종을 시작으로 향후 고형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림카토는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놀라운 반응률을 보여줬다. 림카토는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67%의 완전 관해율(암 치료 후 암이 완전히 없어지는 환자의 비율)을 기록해 기존 치료제인 노바티스 ‘킴리아’의 약 40% 대비 확연한 우위를 보였다. 더불어 부작용 부분에서도 OVIS 기술로 CAR-T의 치료 효능은 높이면서도 부작용 발생률은 낮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당시 국내에는 CAR-T에 필요한 핵심 재료도 시설도 없었다. 김 대표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다”며 “CAR-T 임상용 샘플조차 분석할 국내 기업이 없어 회사에 분석법을 가르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임상시험 운영 역시 도전이었다. 국내에는 경험이 있는 국내 CRO(임상시험수탁기관)가 없어 외국계 CRO 활용도 고민했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큐로셀은 국내 기업을 선택했다.
비용이 더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국에서 제대로 된 CAR-T 임상 경험을 쌓아야 다음 세대가 더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림카토의 경쟁력은 기술력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상용화 전략으로 비용 절감, 짧은 제조 기간, 낮은 부작용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다.
그는 “고가에 긴 제조 시간이 필요한 기존 CAR-T와 달리 림카토는 국산화 덕분에 생산 비용을 낮추고 치료 준비 기간도 기존 4주에서 2주 내외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제의 브랜드가 아니라 치료 효과와 생존률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시장에서도 충분히 선택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림카토는 림프종 적응증으로 식약처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성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대상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이는 킴리아가 국내에서 소아 대상 적응증으로만 허가받은 점과 차별화된다.
또한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탐색 중이다. 서울성모병원과 공동으로 임상 연구를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식약처에 IND(임상시험계획)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CAR-T는 개인 맞춤형 치료이기에 제조 기반이 핵심이다. 큐로셀은 대전 GMP 센터 시설을 통해 연간 700명분의 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CAR-T의 핵심 원료인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 벡터의 국산화를 완료해 1층 시설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림카토가 국산 CAR-T의 시작점이자 치료 접근성과 국내 산업 생태계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자력으로 개발한 기술로 글로벌 CAR-T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해외에서만 받을 수 있던 CAR-T 치료를 한국에서도 받을 수 있게 되면 환자에게는 생존의 기회, 산업에는 자립 기반, 후속 기업에게는 더 나은 개발 환경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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