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착공절벽 여파, 자재업계 줄줄이 '역성장'… 기업들 신사업 사활

한석진 기자 2025-05-15 09:00:00
서울시내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며 시멘트, 철근, 창호, 가구, 엘리베이터 등 건자재 전반에 이르는 후방산업도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 주택 착공이 줄어들면서 자재 수요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업계 전반이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년 대비 11.5%, 착공은 25% 줄었다. 공급이 멈추다시피 하자 후방산업 전반의 일감도 함께 끊긴 것이다.
 

기초 자재인 시멘트는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15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시멘트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다. 업계는 올해 전체 출하량이 4000만톤을 밑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199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시멘트는 생산에 필수 비용이 들어가는 산업이기 때문에 물량이 줄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건설사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철근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1041만톤에 달하던 철근 생산량은 지난해 779만톤으로 25% 급감했고, 같은 기간 재고는 51% 증가했다. 수요가 줄어들며 공급도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창호업계 양대산맥인 KCC와 LX하우시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CC의 1분기 건자재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4%, 전 분기 대비 35.6% 감소한 225억원에 그쳤다. LX하우시스도 1분기 매출 7814억원, 영업이익 71억원으로 각각 8.0%, 8.2% 줄었다. 신규 분양 축소로 B2B 매출이 줄어든 결과다.
 

가구 업계 역시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현대리바트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한 4378억원, 빌트인 가구 매출은 23.2% 줄었다. 한샘 역시 한 분기 동안 B2B 매출이 22%가량 줄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신규 설치 매출은 전년 대비 5% 줄었으며, 올해 역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및 유지보수 시장이 일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신규 착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성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후방산업 전반의 불황은 올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 투자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2.8%로 낮췄고, 내년 전망치도 기존 2.7%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실질적인 반등은 2026년 이후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KCC는 AI 자율주행 도장 로봇 ‘스마트캔버스’를 앞세워 물류시장 공략에 나섰고, 삼표그룹은 자율주행 로봇주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리모델링과 유지보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드라이몰탈 브랜드 ‘레미탈’을 앞세우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가 급등해도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며 “내년까지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후방산업의 실적 개선도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당장은 건설사의 수주 경쟁력, 분양 회복 속도, 대체 사업 발굴 역량이 후방산업의 생존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