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세컨하우스 성지’로 주목받았던 강원도 속초 부동산 시장이 급속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오션뷰 프리미엄과 투자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공급 과잉 우려까지 더해지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속초 아파트 매물은 4일 기준 1939건으로 1년 전(1529건)보다 약 27%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815건)과 비교하면 무려 2.4배 증가한 수치다. 반면 거래는 줄어들면서 시장 전반이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 오션뷰 단지인 ‘힐스테이트 속초 센트럴’은 분양 직후 8억원대 실거래를 기록하며 랜드마크로 부상했지만, 현재는 4억~5억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용 84㎡ 기준 호가는 4억원에서 최대 8억5000만원까지 혼조세를 보이며 시장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속초해수욕장 인근의 ‘속초청호아이파크’도 예외는 아니다. 전용 84㎡는 한때 7억25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4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실거래가는 꾸준히 3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투자 수요 축소는 외지인 매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속초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 비중은 2022년 39.3%에서 2023년 27%, 올해 1분기에는 23.1%로 줄었다. 특히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은 같은 기간 15%에서 9.9%로 급감했다.
수요 위축은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속초의 미분양 아파트는 1021가구로, 1년 전(692가구)보다 약 50% 늘었다. 속초는 현재 전국 5개 ‘미분양 관리지역’ 중 하나로 지정돼 있어 시장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감소 역시 시장 위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속초는 현재 인구 8만명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실수요 기반이 취약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코로나19 시기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속초 시장은 조정기를 겪고 있는 중”이라며 “외지인 의존도가 높은 시장 구조, 공급 과잉, 인구 감소 등 복합 악재가 겹쳐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 체력이 재편되기 전까지 속초 부동산의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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