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강남 정비사업도 단독입찰 시대… 건설사들, 출혈경쟁 대신 선별 수주

한석진 기자 2025-03-13 13:40:00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단지에서도 단독입찰 혹은 무응찰로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업성이 낮거나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강남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이 단독입찰하며 유찰됐다. 총공사비 1조5319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지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 경쟁이 예상됐지만, 삼성물산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대건설만 남았다. 삼성물산은 오는 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에 집중할 방침이다.

 

강남권에서 반복되는 단독입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 진행된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도 GS건설만 참여하며 유찰됐다. 방배15구역 역시 지난달 27일 포스코이앤씨만 단독 입찰해 유찰된 바 있다.
 

서울 정비사업지에서 단독입찰이 지속되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관악구 봉천 제1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8일 수의계약 입찰에 단독 참여한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일부 조합에서는 입찰 조건을 변경해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조합은 지난 7일 공동도급(컨소시엄) 불가 조건을 완화한 네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을 공고했다.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부담이 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사업성이 높은 곳을 선별해 수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경쟁이 예상되는 사업지는 중도 하차하고, 보다 유리한 입지를 가진 사업지에 집중하는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도 유찰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선별 수주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비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압구정 2구역과 성수1지구 등 일부 주요 사업지에서는 건설사 간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압구정 2구역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 경쟁이, 성수1지구에서는 현대건설과 GS건설 간 수주전이 예상된다. 다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선정까지 시간이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조합 입장에서는 단독입찰이 반복되면 사업 지연과 선택지 축소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빠른 사업 추진을 원하지만, 한남4구역 사례처럼 건설사 간 경쟁이 벌어져 더 나은 조건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며 "그러나 단독입찰로 유찰될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수의계약으로 가면 협상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