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자 기반 대용량 스위치는 정격 전압·전류가 낮은 반도체 소자를 쌓아 동시 구동하는 방식으로 기술 난이도가 높아 개발 및 실증에 어려움이 많았다. 정밀한 설계가 요구되며 각 소자에 전압과 전류를 고르게 분포하는 '밸런싱 기술'과 여러 소자를 동시에 켜고 끄는 '동기 구동 기술'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ERI 전기물리연구센터 장성록 박사팀은 수천 개의 반도체 소자가 필요한 해외 기술과 달리 수십개의 저전력 스위칭 소자만으로 이번 기술을 구현했다. 소자 개수가 적은만큼 유지보수가 쉽고 상용화에 유리하며 소자들을 직·병렬 구조로 조합할 수 있어 맞춤형 설계도 가능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스위치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전압과 전류는 각각 50kV, 10kA이며 해외 기업들의 평균 개발보다 1년 6개월 빠른 2년 만에 개발됐다. 이 기술은 포항가속기연구소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해 실증까지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최대로 견딜 수 있는 정격 전압·전류가 높고 비교적 설계가 간단한 기계적 가스식 스위치를 사용해왔지만 고장이 잦으며 펄스파워 제어 정밀도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주요 응용 분야인 가속기에 적용하면 2~3년마다 70억원 이상의 교체 비용이 발생해 차세대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펄스파워 제어용 대용량 스위치는 순간적인 힘으로 입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가속기, 탄환을 쏘는 레일건, 멀리까지 전파를 쏘는 레이더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며 이외에도 핵융합, 반도체 공정 등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펄스파워는 낮은 전력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높은 전력으로 순간 방전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을 개발한 장성록 박사팀은 오는 3월 중 미국 현지에서의 실증을 통해 기술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장성록 KERI 전기물리연구센터장은 "전 세계 대용량 스위치의 시장 규모가 9조4000억원에 이른다"며 "이미 전세계에서 KERI의 성과를 주목하고 있으니 해외 시장을 선점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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