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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서 징역 5년 구형 이재용의 고백… '삼성 녹록치 않은 상황'

임효진 기자 2024-11-25 20:31:42
검찰, '자본시장 근간 훼손' 강조하며 엄중 처벌 촉구 이재용, 최종 변론서 '삼성의 미래 우려' 직접 언급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핵심 쟁점으로 부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가시화된 삼성의 '근본적 위기'를 스스로 인정했다. 그동안 삼성 위기론에 직접적인 거론을 하지 않던 이 회장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생각을 밝힌 셈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가 이날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1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 등을 동원해 자신의 이익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은 최종 변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반드시 극복하고 한번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삼성이 되도록 기회를 주시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고, 이 합병도 마찬가지로 도움일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제시한 건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2018년 회계처리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에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범죄 혐의를 추가해 예비적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또 행정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와 함께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불법으로 주도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회장이 검찰의 구형이 나온 뒤 최종 변론에서 '삼성의 위기론'을 말했다. 삼성의 상황과 상관없이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 말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광중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된 행정법원 판결이 공소장에 추가된 걸 제외하면 나머지 증거나 주장하는 내용은 1심과 같다”며  “1심 형사재판에서 피고들의 해명을 반영해 판결했다면, 행정법원 판결은 당시 주고받은 이메일, 회의록 등 문건 내용을 바탕으로 그 의미를 분석해 판결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두 법원의 판단 방식 중 2심 재판부가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앞서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19개 혐의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당시 재판부는 “승계 작업은 있었지만,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