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30일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예고 없이 발표했다. 총 모집 주식은 373만2650주로 앞서 공개매수로 취득한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하고 전체 주식의 20%를 증자하겠다는 게 고려아연의 계획이다. 2조3000억원 규모의 채무 상관과 시설 투자 목적으로 진행하며 예정 발행가액은 67만원, 증자 규모는 2조5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이유로 '건강한 주주기반 확대'를 들었다. 소액주주부터 기관투자자, 일반 국민 등을 주주로 참여하게 해 기업 경영상 투명성을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부정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금감원이 조사하는 지점 역시 고려아연 경영진이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소각하는 계획과 이후 유상증자 계획을 모두 알고 순차적으로 진행했는지 여부다. 만약 해당 내용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지난 4일부터 시작한 공개매수 신고서에 유상증자 계획을 빠뜨려 주요사항을 허위로 기재한 것이 된다.
이에 금감원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맡은 데다 유상증자까지 진행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현장검사에 들어갔다.
브리핑에 나선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은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모집주선을 수행한 사람이 같다. 사무취급을 위해서는 실사해야 하는데 같은 시기에 진행됐다면 독립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부에선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감원 브리핑과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고려아연 대규모 유상증자는 자본시장 관점에서 시장교란 행위"라며 "차입으로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유상증자를 해서 67만원에 주식을 발행하는 자해 전략"이라고 혹평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고려아연 주식은 주당 99만8000원으로 전일 대비 7.68% 하락 마감했다. 지난 29일 연중 최고치에 비해서 54만5000원(35.52%) 하락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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