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을 둘러싼 위기론이 고조되는 상황에도 필리핀·싱가포르 경제사절단 귀국길이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소아암 지원사업 기념식, 지난 24일 이 선대회장 4주기 추모 음악회 등에 모습을 드러내고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여서다.
회장 취임 2주년이던 이날 이 회장이 참석한 곳은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이 개최한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현대 N ×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이 열리는 현장이었다. 여기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만났다. 완성차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해 삼성의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부품 사업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미 이 회장은 오래 전부터 미래 먹거리로 차량용 전장 사업을 낙점했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이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미국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가 대표적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 이 회장은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을 점검한 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현대차, 도요타와) 네트워킹을 유지해온 관계이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파트너스로서 장기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현대차와 도요타는 중요한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전장사업의 경우 라이벌인 LG전자에 한참 뒤진 상황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2분기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2조6919억원, 영업이익은 817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2분기 중 최대였다. 3분기는 전기차 캐즘으로 LG전자도 주춤했지만,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삼성은 LG보다 뒤늦게 전장사업부를 출범하면서 자동차 산업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만을 인수하면서 2~3년 전부터 현대차 쪽에 차량용 디스플레이 전용 반도체를 납품하기 시작했다"며 “모빌리티가 미래 먹거리에서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삼성이 자동차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싱 페스티벌 현장에서 보인 이 회장의 환한 미소가 한가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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