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로 폐쇄없이 탄소중립 가능한가"…기후솔루션이 지적한 고로 개수

박연수 기자 2024-10-28 19:13:36
2050년 탄소중립에 반하는 광양 제2고로 개수 "포스코광양 제2고로 개수 당장 중단해야"
기후솔루션이 28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광양 제2고로, 수명연장만큼 멀어지는 탄소중립과의 거리'를 주제로 한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연수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의 광양 제2고로 개수가 '전 세계 온도 목표'는 물론 자사의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에도 반하는 행동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서 전 세계 온도 목표는 1.5℃다. 산업화가 시작된 1800년대보다 지구 온도가 1.5℃ 이상 올라가면 재앙 같은 기후변화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고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세계 각국 정부가 산업화 이전 대비 글로벌 기온 상승을 1.5℃ 이상 올라가지 않게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고로 개수는 수명이 다한 고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내화물 교체 작업 등 설비를 새롭게 하는 작업이다. 고로 개수는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기 때문에 개수 이후 15년 이상 수명을 연장해 사용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은 28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광양 제2고로, 수명연장만큼 멀어지는 탄소중립과의 거리'를 주제로 진행한 미디어 브리핑에서 포스코의 고로 개수가 녹색 철강 수요 증가라는 세계적 동향에 반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지난 3월 공개한 '2023 사업보고서'에 광양 제2고로의 계약기간을 명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 개수를 시작해 오는 2025년 8월 완료될 예정이며 고로 개수에 필요한 내화물 공급을 위한 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기후솔루션은 국제 사회가 약속한 1.5℃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선 개수 예정인 광양 제2고로를 포함해 최근 수명을 연장한 포항 제4고로도 2030년까지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내 철강 산업의 탄소 예산 조기 소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이 올해 기준으로 추산한 한국 철강 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잔여 탄소 수치는 550등가미터톤(MTCO2e)이다. 이는 국가별 탄소 배출량과 인구수를 고려해 한국에 할당될 수 있는 탄소 수치를 계산한 후 산업별로 배당한 수치다. 등가미터톤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여러 온실 가스를 합한 단위다.

포스코의 자사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을 위해서도 고로 폐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탄소중립 로드맵을 보면 2030년까지 기준 연도 배출량 대비 10%(788MtCO2e)를 감소해야 한다. 문제는 제2고로 개수 시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배출량이 최대 1250만5000t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지난 4월 포스코홀딩스가 이사회 전략 세션에서 발표한 '7대 미래 혁신 과제'와도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경쟁력 개선을 첫 번째로 꼽으며 저탄소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통한 저탄소 제품 시장 선점 계획을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포스코가 이렇게 거대한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음에도 구체적인 감축량 전망이나 석탄 기반 제강 설비 폐쇄에 관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혜빈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포스코가 광양 제2고로를 개수하면 1.5℃ 온도 상승 저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포스코는 모두를 위해 1.5℃ 목표와 탄소중립 이행에 부합하지 않는 광양 제2고로 개수를 중단하고 즉시 폐쇄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