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유형 진료' 지침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추석연휴 기간 중 임산부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관련해 소아청소년과 및 산부인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지난 10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 전문위원회 제9차 회의에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 상황에서 의료기관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공유형 진료 지침의 제정 필요성이 논의됐다. 공유형 진료는 복지부가 운영 중인 개방병원 제도를 확대한 개념으로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력들이 각 기관 간 이동을 통해 진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다.
위원회는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역의료 수요가 감소하고, 희귀질환의 특성상 낮은 발생 확률로 인해 지역마다 충분한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음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간 인력 공유와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윤석준 위원장은 "그동안의 공유형 진료가 시설과 장비 공유에 국한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제한된 자원 내에서 의료인력 공유와 협력 방안을 통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지침은 관련 기관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며 제정을 추진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 단계지만 현장에서 도입될 때 무리가 없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지침은 공백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필수의료 강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수렴에서 인력 공유의 필요성이 제기돼 추진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의료계의 보완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당 지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하나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 차체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필수의료 분야를 늘리겠다고 의대 증원을 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과에 인원이 증원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진료과목별 개원의 증감 현황 및 매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기 진료 과목은 △정형외과 472개소 △성형외과 1183개소 △안과 1742개소 △이비인후과 2729개소가 개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필수 진료 과목의 경우 일반외과 66개소, 흉부외과 9개소가 늘었고, 소아청소년과는 46개소가 줄었다.
이처럼 인기 과목과 필수 진료 과목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의료계는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덧붙여 의료 인력의 양성과 질적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유형 진료와 같은 단기적인 대책은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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