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8일 3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3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이례적인 사과 메시지까지 내며 경영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18조1262억원, 영업이익 6조7679억원이다. 실적이 컨센서스에 부합한다면 지난 2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대 매출(16조4200억원)과 지난 2018년 달성한 역대 영업이익(6조4700억원)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우게 된다.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HBM 경쟁력에서 두 회사 실적을 갈랐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쌓아 올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다. 특히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다.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HBM은 아직 엔비디아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술력도 SK하이닉스가 앞선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2단 적층 5세대 HBM' 양산에 들어간 데 반해 삼성전자는 양산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부진 이유를 단순히 기술 격차만으로 보진 않는다. '카리스마적 리더십' 부재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오너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1983년 64K D램에 이어 1994년 256MB급, 1996년 1G급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2000년대 후반 일본 등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메모리 업계 1위에 올랐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최근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조밀한 조직이 느슨해진 것 같다. 과거 경쟁자를 추격하던 본능을 깨울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연이은 성공으로 공룡이 된 삼성전자가 선택과 집중을 발 빠르게 하지 못 했다"며 "임직원 연령대는 40대 이상이 되면서 역동성은 떨어지고 HBM이나 파운드리나 어느 분야에도 집중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위기가 길어지면서 삼성 내부에선 익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 쪽에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감축에 들어간단 관측이 나오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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