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모건스탠리 SK하이닉스 대량 매매 의혹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우리 시간으로 지난 15일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 메모리칩 제조업체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의견을 '비중 축소'로 전환하며 목표 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했다.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로 일반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지난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의 주식 101만1719주 대량 매도 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선행매매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조사를 실시한다. 추가로 해당 리포트에 대한 작성과 배포 과정에서 증권사의 위법 행위가 없었는지도 조사한다.
또 모건스탠리가 조사분석 자료에서 자본시장법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1조에 따르면 리포트(조사분석 자료) 내용이 확정된 시점부터 공표 후 24시간 이내까지 리포트 발표 관계자가 리포트 대상이 된 금융투자 상품을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조사가 거래소에서 출발해 이뤄지고, 리서치 보고서 작성 배포와 관련한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증권사 검사 차원에서 따로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20일 해당 사건에 대해 계좌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거래소 분석 결과 특이점을 발견할 경우 금감원에 해당 자료를 이첩해 금감원이 조사를 이어간다.
국내 반도체 종목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비관론은 처음이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 8월 '반도체,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낮춘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일주일간(11~18일) 1.42%(10만5500원→10만4000원),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5.86%(7만8500원→7만3900원) 하락했다.
이번 모건스탠리 전망 이후 국내 반도체주는 이날까지 투심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휴 후 첫 거래일 6.14% 하락했는데 23일 기준 연휴 직전 대비 0.49% 감소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2.8%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주에 대한 모건스탠리 전망이 과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록 전망치를 낮추긴 했지만 내년도 우리 디램(DRAM)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메모리 업체들이 무분별한 투자 확대에 나서지 않는다면 메모리의 겨울은 꽤나 멀리 있는 듯하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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