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韓 '알리 천하' 될까…물류센터 짓고 국내 점유율 50% 꾀한다

김아령 기자 2024-09-19 06:00:00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국건설은행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회 한중미래경제협력포럼에서 레이 장(Ray Zhang) 알리익스프레스 한국대표가 ‘디지털 경제를 통해 한국 중소기업에 발전 지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명섭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시장에 빠르게 침투 중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2차 공습을 알렸다. 이르면 3년 안에 한국 온라인 쇼핑 사용자의 절반 가량인 1700만명 이상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직구와 사업을 확대하고, 국내 판매자(셀러)들을 대거 유치해 역직구(해외 판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엔 물류센터를 본격적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은 경쟁 과열로 적자 늪에 빠지며 사업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가 향후 3년간 국내 시장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3∼5년 내 목표는 (한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고객의 절반 이상이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이용자 수는 약 34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오는 2027년 이후 이 중 절반인 1700만명을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수치를 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고객 수(MAU)는 669만6485명으로 쿠팡(3138만2551명), 11번가(768만5503명)에 이어 3위권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억5000만개에 이르는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지난해부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그동안 해외 직접구매(직구) 플랫폼 중심으로 운영해오다가 지난해 10월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venue)를 개관했고 이어 지난 3월에는 무기한 할인 프로모션인 ‘천억 페스타’를 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우수 판매자를 유치하고자 케이베뉴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 면제 정책도 연말까지 연장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직구와 케이베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달 중 해외 직접판매(역직구) 사업도 시작한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K-뷰티, K-패션, K-푸드 등의 관련 상품을 장착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알리바바를 매개로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 상품 매출은 34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알리바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한국 제품을 구매한 중국 소비자는 약 1억명으로 추산된다.
 
알리바바는 새로 출범하는 알리익스프레스 역직구 플랫폼을 포함해 한국 제품 매출을 연간 1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 상반기 중 물류센터 설립과 함께 국내 다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하고 있다. 알리는 애초 연내 국내에 물류센터를 확보하기로 하고 우리 정부에 이런 계획을 알렸으나 검토 과정이 길어지면서 후보지를 물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레이 장 대표는 “직구와 역직구, 케이베뉴 상품까지 모든 물류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이를 반영해 설계와 부지 선택, 건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이같은 계획 발표에 한국 이커머스 주도권이 중국 기업에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창립 이래 최초로 연간 기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쿠팡은 올해 2분기 2500만달러(약 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G마켓과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161억원과 30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11번가 역시 378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커머스 업계 안팎에서는 적자 원인으로 이용자 수 확대를 위한 대규모 할인과, 할인 쿠폰 지급 등 출혈경쟁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그룹 차원에서 현금 및 투자 여력이 높은 알리바바의 ‘쩐의 전쟁’으로 국내 토종 이커머스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해외 플랫폼들은 그동안 전자상거래법으로도 규제하지 못해 사각지대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실제 알리와 테무 등은 중개인을 거치치 않고 중국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라 정식 수입 제품과 달리 따로 국내 기관의 상품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국가통합인증마크(KC) 비용이나 폐기물부담금 등으로부터 자유롭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입점 업체 정보 제공 의무, 표시광고법에 따른 ‘광고’ 표시 의무 등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발 직구 품목에 대한 철저한 유해성 점검을 통해 역으로 국내 업체들의 제품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 해외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