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찰이 스스로를 '실험용 쥐'라 칭한 이유는 다양했다. 먼저 충전소 인프라 부재다.
A씨는 "충전 때 마다 근무지인 종로에서 여의도까지 와야 하는데 오더라도 충전 압력이 맞지 않아 계속 오류가 난다"고 설명했다.
고장도 잦았다.
A씨는 "타는 것보다 수리기간이 더 길 정도"라며 "탈만 하면 고장 나서 수리하러 간다"고 말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의 수소전기버스는 친환경을 대표하는 수소차가 시장에 자리잡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걸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자동차 전문가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산업 초기인 수소전기버스의 고장이 잦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11일 전했다.
한계를 반영하듯 수소차 보급도 저조한 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로 데이터를 산정하는 카이즈유에 따르면 국내 수소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 8월 기준 3만6799대로 같은 달 자동차 총 등록 대수(2617만2064대)의 0.14%에 불과했다. 차종에 상관없이 모두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생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을 비롯한 정부가 국내 완성차 업체의 개발 속도에 맞춰 수소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코노믹데일리는 전국 경찰에 보급된 수소전기버스 보급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경찰청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서울을 제외한 전국 17개 지방 경찰청은 '0'대였다. 서울에서만 수소전기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서울경찰청은 2019년 수소전기버스 2대를 구입해 운행을 시작한 뒤 2020년에 2대를 추가 구매해 2021년까지 4대를 운행했다. 2022년, 지난해 각각 3대씩 추가 투입해 8월 현재 총 10대를 운행 중이다. 카이즈유가 공개한 올 8월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수소전기버스는 총 1185대다.
이 과정에서 수소차 문제는 고스란히 경찰 몫이 됐다. 2021년 4건이던 고장 건수는 2022과 지난해엔 각 12건씩 늘었고 올해도 8월까지 9건의 고장 건수를 기록했다. 경찰청이 정비 업소에 들어갈 때만 고장 건수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실제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버스 정비업체 관계자는 "일반버스와 달리 수소버스는 제조업체 정비소로 들어가야 해 정비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정비 업체 관계자는 "내연기관 경찰 버스도 오일 교환, 간단한 점검에도 매월 150만~2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수소버스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방의 경찰청 기동대 버스를 정비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스택)도 부담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의 95㎾짜리 스택은 25만㎞를 운행하면 바꿔야 한다. 2017년 발표된 교통안전공단 연간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인 약 12만㎞를 기준으로 2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셈"이라며 "넥쏘 스택 교환 가격은 5000여만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기동버스로 활용되는 수소전기버스 현대 '일렉시티'에는 넥쏘의 두 배인 90㎾짜리 스택 두 개, 총 180㎾가 탑재된다.
이런 악조건에도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 등 공공기관에 수소전기버스를 보급할 뿐 아니라 대중교통 보조금도 늘렸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선 환경노동위원회가 수소전기버스 저상버스(시내버스) 910대, 고상버스(광역버스) 810대 등 총 1720대 보급에 지원금 4017억원을 편성했다. 700대였던 2023년 보다 1000대 이상 늘어난 수다.
정부가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 활성화에 대신 나섰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현대차는 인베스터데이에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에 글로벌 리더쉽을 확보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현대차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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