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화갤러리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백화점 부문의 성장이 가로막힌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외식 등 신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에 반해 정작 본업인 백화점 부문을 등한시 한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김 부사장이 주도하는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백화점 사업과 식음료 사업을 분리해 본격적으로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이고 백화점 사업은 전문경영인인 김영훈 대표가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부사장이 유통·호텔 사업 승계의 기반을 닦고 있는 만큼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상반기 매출 2484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9%, 48.2% 감소한 규모다.
특히 올 2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이 1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8% 하락했고,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백화점 부문이 한화갤러리아의 매출 약 92%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나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를 주도했다.
그간 김 부사장은 식음료(F&B)와 푸드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신사업을 키워왔다.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와 외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한화로보틱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김 부사장이 주도하는 신사업 발굴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조직도 새롭게 꾸몄다.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비전태스크포스팀(TFT)과 식음료(F&B) 신사업 추진실을 각각 신설했다.
이에 따라 김 부사장은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
김 부사장은 향후 5년간 파이브가이즈를 현재 4개점에서 15개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도 신규 출점에 15억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올 6월에는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요식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화비앤비 지분 100%를 56억원에 사들이며 시너지를 예고했다.
문제는 본업 경쟁력 확보다. 한화갤러리아의 핵심 점포인 갤러리아 명품관은 올 상반기 매출 57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역성장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도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올 상반기 백화점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대비 0.3%P 줄어든 6.5%를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점유율은 △2021년 8.1% △2022년 7.8% △2023년 6.8% 등 지속 줄어드는 추세다. 백화점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한화갤러리아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실적 개선을 위해선 백화점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미래사업총괄로 선임되며 단순 신사업을 넘어 향후 회사를 이끌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 백화점 사업은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가 대부분 맡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의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는 만큼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신사업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내도 탄탄한 본업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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