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우리은행, 前CEO 친인척 부당대출…임종룡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

지다혜 기자 2024-08-12 16:15:21
임종룡 회장 "시스템 보완보다 올바른 기업문화 조성 중요" 조병규 행장 "규정·원칙 준수 안 하면 무관용 원칙 적용"
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
[이코노믹데일리] 우리금융그룹이 임종룡 회장 주재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지주사 및 우리은행 전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 회의를 열었다.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에 대한 사고 때문이다.

1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꿔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과 연계된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해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 사실에 입각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임 회장은 "올바른 기업 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 개선보다 더 중요하다"며 "특히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런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직원들에게 '껍질을 깨는 아픔'의 교훈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금융이 진정한 위기에서 선도금융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과 행태를 깨고 나오는 아픔을 함께 견뎌야 한다"며 "경영진이 잊지 않는 한,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한,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금융은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통해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은행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 사건의 관련인에 대한 면직 등 인사 조치는 마쳤고, 관련 여신에 대한 회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칙에 입각한 업무 수행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결속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의지와 계획을 전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현장 검사에서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원(42건)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친인척이 전·현직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있거나(23건), 원리금 대납 사실을 고려할 경우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법인 및 개인사업자(19건) 등이다.

이 중 350억원(28건)은 대출 심사 및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적정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수 중 269억원(19건)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기는 손 전 회장이 은행과 지주 내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2017년 말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는 우리금융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했고 지난해 3월 퇴임했다. 손 전 회장이 행장과 회장이 되기 전에는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실행된 대출은 약 4억5000만원(5건)에 불과했다.

문제가 된 대출 대부분은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거래를 해온 전 선릉금융센터장 임모씨 주도로 취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측은 올해 1~3월 중 자체 검사를 실시해 해당 센터장은 지난 4월 면직 및 성과급 회수 조치했다. 또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8명)에 대해서도 면직, 감봉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행을 이용하는 많은 고객 및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며 "여신심사 소홀 등 부적절한 대출 취급 행위가 있었던 점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부실 대출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 취급여신의 회수 및 축소, 여신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한 부실 규모 감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감독당국 및 수사당국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