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환의 에너지 이야기]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준비하는 'SK에너지솔루션'

유환 기자 2024-08-03 07:00:00
양사 합병 과정에서 '에너지솔루션' 강조해 2030년까지 1조7000억원 추가 수익 목표 화학적 결합 없이도 성과 낼 수 있을지 촉각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회견'을 앞두고 자리에 앉아있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앞줄 오른쪽)과 추형욱 SK E&S 사장(앞줄 왼쪽)[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을 선언한 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에너지솔루션'을 꺼내 들었다. 아직 정의도, 개념도 생소한 에너지솔루션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에너지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전기화 사업에서 에너지솔루션으로 1조7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진행된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도 에너지솔루션이라는 단어가 5번이나 등장하며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간 국내에서 에너지솔루션으로 유명했던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 출범할 당시 사명에 관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공헌한다는 점을 강조한 걸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제시한 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개념은 이와 사뭇 다르다. 두 회사는 에너지솔루션에 대해 '발전 분야와 열관리, 에너지 저장, 운영·서비스를 합친 패키지(묶음)'라고 표현했다. 과거 따로따로 판매·운영됐던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했다는 뜻이다.

일례로 데이터센터의 경우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에서 열 관리에 필요한 액침냉각 용액을 제공하고, SK E&S에서 액침냉각 장치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식으로 에너지솔루션을 제공한다. 액침냉각은 전자기기를 유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냉각 방식이다.

또 고객사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이 필요한 경우 SK E&S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나온 전력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에서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하고, 이를 SK E&S가 가상발전소(VPP)의 형태로 만들어 공급할 수도 있다. VPP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ESS를 대형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러나 기존 사업을 물리적으로 합치는 걸 넘어 두 회사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서로 다른 조직이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는 걸 말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화학적 결합은 다소 어렵다"며 "현재 체계를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은 두 회사의 에너지솔루션이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