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회생'이냐 '파산'이냐…티몬·위메프 생사기로 향배는

김아령 기자 2024-08-02 18:03:43
류광진 티몬·류화현 위메프 대표 법원 심문 출석 法, 회생 신청 이유·부채 현황·자금 조달 계획 등 심사 티메프 'ARS 방식' 회생 신청…법원 수용 전망 인수합병·투자유치 등 자구책 모색도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일 서울회생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B]

[이코노믹데일리]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티메프(티몬+위메프)’가 회생이냐 파산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두 기업의 대표들은 오늘(2일) 법원에서 열린 ‘티몬·위메프에 대한 심문기일’에 출석했다. 법원은 두 회사의 회생 신청 이유, 부채 현황, 자금 조달 계획 등을 심사해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을 경우 티메프는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안팎에서는 두 회사가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법원의 수용 여부와 결정에 따른 향배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법원장 안병욱)는 이날 오후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대표자 심문을 차례로 열었다. 대표자 심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심문에서 재판부는 두 회사의 회생 신청 이유와 부채 현황, 자금 조달 계획 등을 확인했다. ARS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한 심문도 이뤄졌다. 회생법원의 두 대표에 대한 심문은 이날 오후 4시 5분쯤 마무리됐다.
 
법원이 ARS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결정하면 회생 절차를 개시할지에 대한 판단은 보류된다. 최장 3개월 안에 ARS 프로그램을 통해 채무자와 채권자의 구조조정 합의가 이뤄지면 회생 신청은 취하된다. 그리고 채무자는 채권자와의 합의를 이행하면서 회사를 운영해나갈 수 있다.
 
만약 ARS 프로그램이 불발되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ARS 프로그램이 불발되고 회생절차 개시 신청마저 기각될 경우 티몬과 위메프는 파산 절차를 밟는다.
 
회생 개시 결정은 계속기업가치가 기업청산가치보다 커야 나올 수 있다. 회사가 남은 자산을 현금화해 빚잔치를 해서 공중분해하는 것보다 회사를 운영해 빚을 갚는 것이 더 나을 때만 가능하다.
 
티메프의 경우 누적 결손이 커져 자본금까지 다 까먹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최근만 보더라도 티몬과 위메프는 2022년 각각 1526억원, 557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류광진 대표는 이날 심문 기일에 앞서 “티몬을 믿고 구매해주신 고객과 판매자 등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오늘 심문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고 이후 투명하게 회생 절차를 진행하겠다. ARS 신청 기회를 주신다면 피해 복구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3000억원인가 4000억원 정도 많았다”며 “그룹 차원의 노력도 있겠지만 이 상황에서 티몬 대표로서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엠앤에이(M&A·인수합병)와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두고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송하단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가 복구되고 그분들(판매자)이 일상으로 돌아가셔서 다시 사업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가 죽도록 노력하겠다. 진심으로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류화현 대표 또한 “피해 입은 소비자와 셀러분들,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전 국민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기업회생이나 ARS가 꼭 받아들여져야 지금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모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위메프의 계속기업 가치는 800억원이며 청산가치는 300억∼4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 대표 모두 법원에 제출한 구체적인 채권단 수와 피해액(채권액)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파악한 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달 31일 기준 2745억원에 달했다.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6~7월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미정산 규모는 3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일각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거론되고 있으나 개별 회사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혈세 낭비와 형평성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난제다.
 
큐텐은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와 티메프에 수혈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화 여부 자체가 미지수다. 자칫 ARS 프로그램이 연명에 불과한 시간끌기 절차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소상공인이 현실적으로 대금을 빠르게 정산받을 수 있는 방안은 ‘회생계획 인가전 인수합병(M&A)’이 꼽힌다. 이는 회생계획이 결정되기 전에 법원 주관하에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성사시 매각대금으로 분할변제가 아니라 단기간에 채권자에게 변제를 마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구영배 큐텐 대표도 지난달 2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큐텐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조원대의 미정산금이 쌓인 티몬·위메프를 인수할 기업이 있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 결정에 따라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다고 해도 실제 두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