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개혁파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 19년 만의 결선 투표

선재관 2024-07-07 16:10:06
최저 투표율 속 '변화' 열망 반영... 대외정책 급변은 어려울 듯
이란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군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이란에서 개혁파 정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페제시키안 후보가 54.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강경 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59)를 9.6%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는 2005년 이후 19년 만에 결선 투표로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된 사례다.

이번 대선 결선 투표율은 49.8%를 기록했다. 1차 투표 때보다 약 10%포인트 상승했지만, 과거 70%를 웃돌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페제시키안의 승리를 경제난과 정부의 히잡 시위 탄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미주리 과학기술대 학과장은 "페제시키안은 개혁파와 온건 보수파 모두에게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 핵 합의(JCPOA) 복원, 경제제재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란의 권력 구조상 대외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 정치분석가 모스타파 코셰심은 "페제시키안은 하메네이가 제시한 국가 정책을 집행할 책임을 맡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제한적 수준의 개혁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도덕 경찰의 히잡 단속 완화 등 페제시키안이 선거 과정에서 주장한 정책들의 실행 여부가 주목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 전문가는 "사회적 자유 차원에서 변화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페제시키안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순교자 라이시의 길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언급해 개혁 정책에 대한 견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