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HK이노엔, 케이캡 시장 독점권 2031년까지 확보

박명섭 기자 2024-06-04 06:00:00
케이캡 물질특허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승소 후속 심판도 긍정적 결과 기대…국산 신약 가치 제고 위해 더욱 노력할 것 같은 P-CAB계열 대웅제약 '펙수클루' 무서운 성장세…치열한 경쟁 예상
HK이노엔, 케이캡 [사진=HK이노엔]
[이코노믹데일리] HK이노엔이 대한민국 제30호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시장 독점권을 2031년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 화합물(물질)특허(특허 제 1088247호)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승소했다고 지난 달 31일 밝혔다.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계열의 케이캡은 기존 PPI(프로톤펌프저해제) 계열 제제보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한 점 등으로 지난 해에만 1582억원의 처방 실적을 기록한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케이캡에는 크게 화합물(물질)특허와 결정형특허가 있다. 이 중 물질특허는 케이캡의 주성분인 테고프라잔의 화학 구조 및 제조 방법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특허로 원래 2026년 12월 6일 만료 예정이었으나, 이날 특허심판에서 승소해 의약품 연구개발에 소요된 기간을 인정받아 2031년 8월 25일까지 존속기간이 연장됐다. 

제네릭사들은 2026년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케이캡의 허가 적응증 중 일부만 떼어내 오리지널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받는 일명 ‘적응증 쪼개기’전략으로  오리지널제품인 케이캡을 상대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해왔다. 제네릭사들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케이캡 물질특허권의 효력이 후속 허가 적응증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특허에 도전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은 출시 후에도 진정한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거듭나기 위해 꾸준히 적응증을 늘렸고, 제형도 다양하게 개발돼 왔다. 이번 심판에서 패소했다면 신약의 연장된 특허권을 지나치게 축소시켜 물질특허권자들이 후속 연구를 포기하는 부정적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허심판원 심결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에 관한 기존 특허심판원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국산 신약 가치를 온전히 인정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심판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HK이노엔은 또다른 특허인 결정형 특허에 대한 특허심판에서 제네릭 사의 승소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결정형 특허는 2036년 3월 12일 만료 예정이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지난 2월 29일자로 삼천당제약 등 59개사가 HK이노엔을 상대로 케이캡 결정형 특허에 대해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이에 케이캡 결정형 특허 만료일은 2036년에서 2031년으로 단축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12월 31일 삼천당제약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며 가장 먼저 특허공략에 나선 이후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을 노리는 후발 제약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결정형 특허에 청구된 심판 건수는 총 81개사 245건에 달했다. 케이캡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과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한편 같은 P-CAB계열 약물인 대웅제약 ‘펙수클루’의 무서운 성장세에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캡(성분명:테고프라잔)은 복용 후 30분 이내에 약효가 나타나 빠른 증상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우수한 야간 위산 억제 효과로 야간 속쓰림 등의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정제 외에도 구강붕해정, 주사제 등 다양한 제형이 있어 복용 편의성이 높다. 단점으로는 드물게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간 질환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또 일부 약물과 함께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대웅제약에서 2022년 7월 출시한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성분명 : 펙수프라잔)는 24시간 지속적인 위산 분비 억제 효과를 나타내며,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위험이 적어 비교적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다. 케이캡에 비해 간 독성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점으로는 케이캡에 비해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이 다소 느릴 수 있으며, 현재까지는 정제 형태만 출시돼 있다.

국내 P-CAB 시장 규모는 2021년 1000억원대에서 지난해 2000억원대로 커졌다. 이중 케이캡은 지난해 1582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펙수클루는 2022년 7월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72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대웅제약은 올해 펙수클루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국내 점유율을 50%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00억원대 국내 P-CAB 시장에서 대웅제약의 계획대로 펙수클루가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면 케이캡은 지난해 매출 1582억원에서 역성장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