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유·석화업계도 AI 열풍···DT·DX로 생산부터 관리까지 싹 바꾼다

유환 기자 2024-05-30 07:00:00
시설관리부터 구매, 서류검토 등 전방위 적용 업무 효율 높이고 인명 사고 발생 가능성 줄여 실업률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나오기도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서 VR기기를 이용해 활용한 열교환기 내부를 확인하는 모습[사진=SK이노베이션]
[이코노믹데일리] 정유·석유화학(석화)업계가 업무 효율화와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 활용 영역을 시설 운용, 재료 배합, 안전 관리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화 설비 단지인 'SK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AI 기술을 접목했다고 26일 밝혔다. AI가 826만㎡(약 250만평)에 이르는 울산CLX를 관리하기 위해 시설 검사 구역을 자동 선정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공정 자동 제어 기술에도 AI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이처럼 사람의 손으로 유지·관리하던 영역을 자동화시키거나 원격으로 관리하는 걸 디지털 전환이라 한다. 업계에선 DT(Digital Transformation) 또는 DX라 부른다. 정유·석화 업계는 구축된 설비 자동화에 AI를 더해 시설 운영·관리를 넘어 경영 방식과 조직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일례로 에쓰오일(S-OIL)이 지난달 선보인 AI 구매 시스템은 10년간 쌓아온 원자재 변동 데이터와 내부 데이터를 합쳐 가격과 수요를 예측한다. 구매 전략을 수립하는 건 물론 발주도 자동화해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에쓰오일의 설명이다.

석화업계도 DT에 적극적이다. LG화학이 지난 3월 공개한 사내 AI 프로그램 'CDS 플랫폼'은 계약서를 자동 검토·수정하거나 사내 업무 관리(ERP) 시스템과 연계해 24개국어 번역을 지원한다.
이지혜 S-OIL 구매관리팀장이 AI 구매시스템을 시연하는 모습[사진=S-OIL]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AI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관리 영역에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연구 조직인 AI 솔루션팀은 롯데케미칼 대전 종합기술원에서 소재 배합 시뮬레이션, 제품의 물리적 성질 개선 등을 진행하고 관리 조직인 AI 추진사무국은 사업 전 분야에 걸쳐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정유·석화업계가 DT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업무 효율화와 안전 강화다. 사람이 시설 안으로 진입해 확인하던 걸 외부에서 모니터링하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혹시 모를 인명 사고 가능성도 예방할 수 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유사나 석화 업체들은 40년 이상 사업하며 데이터를 쌓아둬 AI를 활용하기 용이한 상황이다. 공정을 효율화하거나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DT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970년대 부가가치 10억원에 따른 고용 인원이 150여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15명 내외"라며 "저출산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질 수 있지만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노동력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