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1기 신도시 재건축 윤곽…'선도지구' 2.6만가구, "주민 동의가 핵심"

한석진 기자 2024-05-30 07:50:0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1호 재건축’ 타이틀을 둘러싼 선도지구 선점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빠듯한 시간표에 ‘이주대란’ 우려도 나온다.

29일 국토교통부의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에 따르면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로 올해 2만6000가구 이상이 지정된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기준 물량은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 등 2만6000가구로 정해졌다.
 
여기에 지역 여건에 따라 각 지자체가 1∼2개 구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 있다. 단 추가 선정 물량은 기준 물량의 50%를 넘으면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물량을 최대치로 잡으면 분당 1만2000가구, 일산 9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6000가구 등 3만9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 선정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올해 선정되는 선도지구 규모가 1기 신도시 정비 대상 주택 물량의 10∼1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신도시별로 1개 이상'의 선도지구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가 지난달 '전체 주택의 5∼10%'로 물량을 확대했는데, 이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국토부는 선도지구 선정에 활용할 '표준 평가기준'도 내놓았다.
 
재건축에 찬성하는 주민동의율이 높고 가구당 주차 대수가 적을수록, 여러 단지를 묶는 통합 재건축 규모가 클수록 선도지구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구체적으로 통합 재건축에 찬성하는 주민이 95% 이상이면 주민 동의율 항목에서 만점인 60점을 받을 수 있다.
 
4개 단지 이상이 통합 재건축을 하고, 통합 재건축 가구 수가 1000가구 이상이면 각 항목에서 만점(10점)을 받는다.
 
지자체들은 국토부가 정한 세부 평가 기준과 배점을 지역 사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주민 동의율 만점 기준을 95%에서 80%로 낮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1기 신도시 각 지자체는 자신들이 세운 선정 기준을 담은 공모 지침을 다음 달 25일 공고하고,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한다.
 
이후 9월에 선도지구 선정 제안서를 접수하고, 10월 평가를 거쳐 11월에 지자체가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한다.
 
선도지구는 선정되는 즉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들어가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거친다.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조합 설립, 안전진단 등 사전 절차가 오래 걸려 통상 10년 정도가 걸린다"며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해 사전 절차를 대폭 단축했기 때문에 2027년 첫 착공이 이뤄지면 건축 공사를 3년 내 마무리 해 2030년에는 입주가 가능하다"고 했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29만가구의 '재건축 시간표'도 제시했다. 
 
분당의 경우 올해 선도지구로 8000가구(기준 물량)를 우선 지정하고, 2025년 6000가구, 2025년 5000가구, 2027년 5000가구, 2028년 9000가구 등 2033년까지 10년간 8만4000가구를 정비사업 물량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선도지구 선정 이후에도 5개 1기 신도시에서 매년 일정 물량을 선정해 재건축을 추진하되, 시장 여건에 따라 선정 물량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규모 주민 이주가 선행돼야 하는데다, 정비사업에 제동을 거는 조합원 분담금과 최근 급등한 공사비 문제도 얽혀 있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따라 이 지역 주택 물량(순공급)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출발을 앞둔 가운데 이에 따른 이주대책은 간략하게만 제시됐다.
 
대규모 정비가 한꺼번에 이뤄지면 전세 대란,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에 정부는 그간 인근 유휴 부지 등에 이주단지를 조성해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주변 개발사업을 차질 없이 관리하고, 전세시장 동향과 주택 수급 동향을 모니터링해 필요시 신규 공급도 확대하겠다는 원칙 수준의 이주대책만을 내놓았다.
 
박 장관은 "(1기 신도시) 생활권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주택 수급 상황을 국토부와 지자체가 면밀히 들여다봐서 지역 내에 충분한 신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면 그쪽으로 가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올해 8월 정비 방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담은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기본방침을 공개한다.
 
각 지자체 역시 선도지구 선정 계획과 연도별 정비사업 기본 물량, 이주대책 등이 담기는 정비 기본계획을 8월에 공개하고, 올해 안에 수립을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