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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한투' 웃고 '신한·메리츠' 흐림 성적표…PF 충당금 '변수'

김광미 기자 2024-05-21 06:00:00
한투 위탁매매 수수료 37%↑…순익 3687억 기록 전문가 "충당금 적립률 확대될 가능성 있어"
지난 14일 기준으로 1분기 증권사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증권사들의 이번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 수혜로 수익이 급등했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기업금융(IB)나 자기매매 등 수익성 측면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책 방향을 발표함에 따라 전문가는 향후 2분기 실적에 중요한 변수로 PF 충당금을 꼽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 합산은 1조8073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 1위는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6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7% 상승했다. 

국내·해외 주식의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주식·파생거래 포함)가 직전 분기보다 37.3% 상승한 1106억원을 기록했다. 

또 PF 부문 신규 딜이 늘면서 투자은행(IB) 수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5.5% 증가한 1644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PF, 인수합병(M&A) 수익이 지난 분기 21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올해 삼현·코칩 등 기업공개(IPO)와 공모증자 딜을 추진하면서 512억원 수익을 내 흑자로 전환됐다.

또 높은 증가율을 보인 KB증권도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지난해 1분기보다 40.09% 증가한 1989억원으로 나타났다. KB증권도 IB 사업과 금융상품 판매가 늘면서 수탁 수수료에서 21.7% 증가한 1291억원, 금융상품 수수료는 14.7% 늘어난 146억원의 수익을 보였다.

반면 거래대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1분기 다소 부진했다. 

메리츠증권 1분기 당기순이익은 12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7% 감소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비우호적 영업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은 부진했다"며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의 역기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채무보증과 PF·자문 등 부동산 관련 수익에서 감소한 미래에셋증권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705억원으로, 전년보다 28.41% 감소했다. IB 수수료가 지난해보다 28.8% 떨어졌고 운용 손익도 15.4%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전년 1분기 대비 36.6% 감소한 757억원이었다. 증권사가 보유한 고유 자금으로 유가증권을 매매해 수익을 내는 자기매매 부문에서 39.1% 급감한 영향이 컸다.

이희동 신한투자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 1분기 자기매매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비교하다 보니 역기저 효과로 실적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분기 이후 실적에서 PF 충당금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수준의 거래대금과 1분기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면서 긍정적 주가 흐름을 시현했다"며 "다면 2분기 중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인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며 2분기 실적 결정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PF 관련 충당금은 2분기 실적의 변동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적절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부동산 금융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 충당금 적립 규모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PF 사업성 평가 기준 세분화와 경·공매 진행에 따른 증권사 충당금 적립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주식 거래가 늘면서 주식 결제대금도 급등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분기 주식 결제대금은 2조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