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삼성전자가 임금교섭 두 번 하는 이유

성상영 기자 2024-04-20 06:00:00
임금 5.1% 인상 확정? 노조는 '거부' '노사협'과 '노조', 법적 근거부터 달라 전삼노, 직원 과반 확보 땐 권한 '막강'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나부끼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나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들여다 본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17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5.1%로 확정했다. 한쪽에선 임금 교섭이 안 끝났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임금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당시 전삼노 조합원 2000여명(노조 측 추산)은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률을 결정했다며 노조와 교섭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삼노가 제시한 지난해 대비 올해 임금 인상률은 6.5%다.

해당 소식은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노사협의회에서 임금 인상률을 논의하는 동시에 노조와 따로 교섭을 하면서 빚어진 혼선이다.

노사협의회와 노조는 기능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조직이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의해 직원 수가 30명 이상인 사업장이라면 의무적으로 설치·운영된다. 반면 노조는 헌법에 명시된 근로자의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적용을 받는다.

근로자참여법은 노사협의회를 "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성하는 협의기구"라고 정의한다. 노동조합법에는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가 노조라고 돼 있다.

노사협의회에는 노사를 각각 대표하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대표가 같은 숫자로 참여하지만 노조에는 사용자나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이 가입할 수 없다. 그리고 '협의기구'인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대표는 파업이 불가능하다. '교섭'과 쟁의행위는 노조의 고유 권한이다.

직원의 절반 이상 가입한 노조가 설립돼 있을 땐 해당 노조 대표자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과반수 노조가 노사협의회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고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이 노사협의회에서 다루는 내용의 상위 개념이다.

삼성전자가 노사협의회와는 별개로 노조와 교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삼노는 지난 19일 오전 7시 기준 조합원 수가 2만7341명이라고 밝혔다. 공시에서 확인되는 삼성전자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2만4000명이다. 전삼노가 직원 절반을 조합원으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삼노는 노사협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임금 인상률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와 따로 협상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로서는 임금 인상률을 두 번 정해야 한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과는 말 그대로 '협의'를 하고 전삼노와는 '협상(교섭)'을 벌인다. 엄밀히 따지면 노사협의회에서 임금 인상률을 정했을 때 이를 '합의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말이야 어떻든 전삼노가 직원 과반을 조합원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향후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