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SK이노, 1분기 부진 탈출 가시화···정유가 실적 '효자'

유환 기자 2024-04-11 18:00:15
영업이익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 배터리 투자 부담 한숨 돌려 일시적 반등이란 평가도 나와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SK서린사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이코노믹데일리] 부진에 빠졌던 SK이노베이션에서 반등 신호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 사업 투자로 자금이 절실한 가운데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범이던 정유가 실적 개선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이 11일 발간한 보고서는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올 1분기 6759억원이 늘어 흑자전환하면서 51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거라 예측했다.

정유 부문은 오랜 시간 SK이노베이션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였지만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2748억원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2분기와 4분기에 각각 4112억원, 165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이번 매출 증가의 배경에는 정제마진 상승이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사의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지난해 4분기 평균 4.1달러를 기록한 정제마진은 지난 2월 15.3달러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조 단위 투자를 하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밝힌 올해 총투자 규모는 약 9조원인데 그중 7조5000억원 가량이 SK온에 투입될 전망이다. SK온은 배터리 사업부에서 자회사로 분사한 이후 지금까지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S&P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게 이유였다.

정유 부문의 반등이 일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4월 들어 정제마진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2분기부터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불똥이 이란으로 튀면서 중동의 석유 공급이 불안한 상황이다.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며 수요 성장세가 더뎌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탔고 실적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지정학적 변수를 고려하면 아직 실적을 예단하기엔 이르다"고 관측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