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빈자를 위한 탈탄소는 없다'

유환 기자 2024-04-02 17:29:54
빈부에 따라 탈탄소에 대한 태도 달라 가격 오르면 결국 소비자 몫 트럼프 주장이 지지얻는 이유있어
사진=이코노믹데일리 산업부 유환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중남미에 위치한 소국 가이아나 대통령과 영국 BBC의 대담이 화제가 됐다.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석유는 가이아나에 축복인가 저주인가'라는 대담에서 "석유 채굴로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았다.

모하메드 대통령은 "가이아나에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합친 크기의 숲이 있다"고 답했으나 진행자가 탄소 배출에 대한 질의를 지속해서 이어갔다. 언쟁의 수위가 높아지자 그는 "산업혁명을 통해 환경을 파괴해 놓고 이제는 우리를 가르치려 드는 이들의 편에 있느냐"고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정말로 가이아나의 석유 채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숲에서 보존한 탄소를 뛰어넘을지, 산업혁명을 거친 서방 세계는 탄소 배출에 대해서 비판할 권리가 없는지 등 모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주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빈자와 부자가 '탈탄소'를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빈자의 입장에서 탈탄소는 윤리적으로 옳을지라도 경제적으로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화석연료 발전 단가에 비해 50%가량 더 비싸다. 탄소 배출을 줄인 지속 가능 항공유(SAF) 가격은 기존 항공유의 4배에 이른다.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재생 플라스틱의 가격은 일반 플라스틱과 2~3배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이렇게 합산된 모든 가격을 최종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국가의 보조금이 있더라도 결국 사회 구성원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 과정에서 빈자의 효용은 더 줄어든다. 2021년 세계를 휩쓸었던 '그린플레이션'도 탈탄소 바람의 부작용이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표적인 강경 반(反) 친환경 인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미국 내에선 황당한 발언들이 유명세를 타며 종종 정책까지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그가 미국 유권자 절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