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터리 업계 "성장세 멈춘 것 아냐" 한목소리…상승 곡선 '여전'

고은서 기자 2024-03-18 15:35:29
업계 "성장 상승곡선 완만해졌을 뿐" R&D 투자 늘리며 경쟁력 확보 사활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개막식을 마친 강경성 산업부 1차관,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이석희 SK온 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를 비롯한 배터리 업체 대표 등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아 셀투팩(Cell To Pack) 콘셉트의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플랫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성장가도를 달리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가 둔화되자 지난해 말부터 배터리·소재 업계도 덩달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성장세가 멈춘 것이 아니라 상승 곡선이 완만해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1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약 1407만대로 전년(2022년) 대비 33.5% 증가했다. 

올해 1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포함)에 탑재된 총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약 319.4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43.2% 성장했다. 전기차 성장세 둔화를 하이브리드차 성장세가 상쇄하며 전체 배터리 사용량도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배터리 기업들의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두고 염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 작년 4분기 기준 SK온은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각각 3382억원, 3118억원에 그쳤다. 

다만 업계에선 이 기간이 '일시적인 수요 정체기'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팔랐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일 뿐, 멈추거나 하락하지는 않았다"며 "수요 정체는 '캐즘(Chasm)'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캐즘은 초기시장과 주류시장 사이에 나타나는 수요의 하락이나 정체 현상을 의미한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주춤했지만 배터리 시장이 성장을 멈추지 않은 데에는 기업 투자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은 전년보다 2874억원 늘어난 2조4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투자액 증가율은 13%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2022년도 1~3분기까지만 해도 보수적으로 R&D 투자를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해당 기간 매출 대비 R&D 비율은 각각 △2.8% △4.9% △2.2%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중국 CATL이 5.05%였던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업계 전문가는 "R&D 투자를 늘린 건 주목할 만한 성과"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 신기술 개발에 힘쓴다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