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자국 철강산업 보호 조치로 인해 국내 철강 산업 경쟁력이 위태롭다.국내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수소 공급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로 철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친환경 보호무역주의는 온실가스 감축 같은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접근을 제한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돕는 조치를 의미한다. 2021년 시작된 미국과 EU가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목표로 시작한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SA)’은 보호무역으로 시작됐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유럽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지난해까지가 협정 논의 기한이었지만 GSSA는 지금까지 체결되지 못했다. 미국이 GSSA 체결시 미국산 철강·알루미늄을 CBAM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EU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가 마주한 탄소중립 과제는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찬욱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철강협회가 2월 발간한 ‘월간 철강보’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중국, 미국, 인도, 중국 등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며 "탄소중립 가능한 신제철 프로세스를 갖추더라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우리 정부 지원은 미미한 편이다. 지난 2022년 정부가 ‘탄소중립 기술개발사업 통합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산업계와 산업부가 요구한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R&D) 요구액 8000억원 중 3.4%인 269억원만 반영하면서 국내 수소환원제철 사업 상용화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독일과 일본 정부는 각각 2조5000억원, 1조7500억원을 철강산업 전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친환경 무역 규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를 해야 한다"며 "대폭적인 지원이 이뤄져야만 철강 같은 중요 기간산업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수소를 조달하는 데 있어 가격 문제부터 공급망 투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국내에 머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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