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글로벌 기준에 맞춘 국내 ESG 공시기준 로드맵 나온다

박경아 편집위원 2024-02-22 06:00:00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3년 유예 공시 도입 시기, 재계는 2029년 이후 희망
금융위원회는 오는 3~4월로 예정된 국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공시기준 초안 발표를 앞두고 제계를 비롯해 학계, 관계부처 등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사진=금융위원회]

[이코노믹데일리] 2026년 이후 도입이 예정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공시기준 초안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최대 어려움으로 꼽으며 적응 시간을 요청한 가치사슬 내(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가 도입 후 3년 동안 면제될 예정이다. 스코프3란 국내외 생산기지와 제품 유통망, 협력 업체까지 아우르는 범위다.

2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3~4월로 예정된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 발표를 앞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기업들의 관심사가 가장 높은 사안인 스코프3 적용 시점에 대해 기업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G 공시 도입 시점에 관해 가장 민감한 재계에서는 EU에 진출한 역외국가 기업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한 2029년 이후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초안을 마련 중인 국내 ESG 공시 기준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인 경제 단체, 투자자, 유관 기관, 학계 및 민간 전문가와 함께 ESG 공시 기준에 대해 논의하는 ‘국내 ESG 공시 기준 현장 간담회’를 열러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사안으로 꼽힌 것이 스코프3 적용 시기와 ESG 공시 도입 시점이었다.

최근 유럽연합(EU)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들의 ESG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약 146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 등을 제정하는 국제재무보고기준(IFRS)재단이 지난해 6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  ESG 공시 의무화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ESG 공시’란 그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진행해온 ESG 관련 사안을 통일된 기준에 맞추는 작업이다.

EU의 경우 지난해 최종안을 확정, 2025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 EU 상장기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미국은 2024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당초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중심으로 ESG 공시를 단계적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말 이를 ‘2026년 이후’로 미뤘다. 

발표 시기도 금융위가 지난해 3분기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 공시 항목 기준 등과 같은 세부적 내용은 포함한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3~4월 발표로 미뤄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공시기준을 바탕으로 재계·회계업계·학계 등과 함께 국내 공시 기준을 만들고 있다. 

ISSB의 ESG 공시기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경제포럼(WEF), G20,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에서도 활용하는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시기준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ISSB 기준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240여곳의 거래소 공시로 시작해 전체 상장사에 의무화하기로 했다. 도입 첫해에만 공시 요건에서 빼주는 국제 기준안에 비해 좀 더 기준을 완화, 제도 도입 후 3년 동안 협력사까지 포함한 가치사슬 내(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면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2조원 이상 상장사 대부분이 현재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한편 지난 14일 간담회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 세계적 관심이 글로벌 자본 시장의 ESG 정책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ESG 규제 강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우리 경제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 논의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국내 ESG 공시제도를 2026년 이후 도입하기로 했다”며 “기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소 공시로 추진하는 방안과 함께 초기에는 제재 수준도 최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시기준도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부터 우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ESG 공시 기준 제정에 있어 △정보 유용성 △국제 정합성 △기업의 수용 가능성이 균형 있게 고려돼야 함에 동의하고 각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ESG 공시 기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