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대재해 '0' 좌절된 HD현대중공업, 사망사고 원인 아직 파악 중

임효진 수습기자 2024-02-19 16:57:08
울산조선소 중대재해 원인 파악은 아직 예정대로 오늘 안전교육 후 내일 작업 재개 "'중대재해 없는 1000일' 불가능했다" 지적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이코노믹데일리 DB]
[이코노믹데일리] HD현대중공업이 지난달 16일 올해 중대재해 없는 1000일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채 안 돼 울산조선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외적으로 중대재해 ‘0’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에 준하는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HD현대중공업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사망 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늘 중대 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내일(20일)부터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특별안전교육은 중대재해 원인을 파악한 후 이뤄지는 게 맞다는 판단에 따라 원래 14일에서 19일로 미뤄진 바 있다. 

아직까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현장에 있는 노트북과 작업지시서 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박 조립 부품인 대형 철제 ‘블록’이 주저앉은 원인을 파악하려면 사고 현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추가적 붕괴 위험이 있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 위험 구조물을 제거하는 작업까지 진행됐다. 

이번 사고로 HD현대중공업 작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는 총 474명이 됐다. 2022년 4월 2일 울산조선소에서 폭발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발생한 중대재해다. 지난달 16일 HD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해 1년간 전체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발표한 ‘중대재해 없는 1000일’ 목표는 이번 사고로 무산됐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 없는 1000일이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474번째 중대재해 사망 사고에 대한 HD현대중공업 경영책임자 구속·처벌을 촉구하며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40건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안전 예방보다는 속도와 효율을 우선하는 업계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경택 현대중공업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지난달 공정을 앞당기기 위해 (서로 다른 작업을 동시에 하는) 혼재 작업이 진행되던 중 화재가 났었는데 투입된 인원 확인이 안 돼 애를 먹었다”며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만 안 났을 뿐 크고 작은 사고들은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관계 기관 조사가 진행 중으로 회사는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관리감독자와 작업자가 매일 작업 시작 전 현장 위험 요인을 인지·공유함으로써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