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저PBR株 급등…전문가 "밸류업 실효성 의문"

김광미 기자 2024-02-20 05:30:00
한 달새 KB금융주 36%, 하나금융 35% ↑ 日선례 회자…순현금 상태 기업 선별 요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기업 밸류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정부 방침에 따라 저PBR(주가순자산비율)로 분류된 종목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PBR 강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데다 주주환원 확대 여력을 보유한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면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발 기업 밸류업 추진 소식에 저PBR 종목 관련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PBR은 기업의 현 주가를 주당 순자산의 가치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PBR이 1배 미만일 경우 장부 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코스피 시장에선 대표적인 저PER주인 금융 종목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 대장주 KB금융은 지난달 17일부터 한달간 4만9800원에서 6만7700원으로 35.94% 올랐고 신한지주도 3만6550원에서 4만4500원으로 21.75%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4만1300원에서 5만5700원으로 34.87%, 우리금융은 1만2450원에서 1만4750원으로 18.47% 올랐다.

금융주와 함께 저PBR로 분류돼 왔던 자동차 종목에도 주가 상승이 이어졌다. 현대차(18만1800원→25만2500원)는 38.89%, 기아(8만7900원→11만5800원)는 31.74% 상승했다.   

이런 흐름을 놓고 전문가들은 일시적이라고  보면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 이후에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강세의 근본 원인은 12월 배당락이 2~4월로 이동한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주주환원 확대 여력을 보유한 기업 선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이어 "일본 기업 대비 '순현금' 상태의 기업 선별이 요구된다"며 "일본 사례처럼 주주환원 확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처럼 일본 사례는 국내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작년 1월 발표한 저PBR 정책을 보완할 후속 조치를 3월 말에 제시하면서 일본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준 점이 호평받고 있다. 일본 저PBR 기업들 중심의 상승이 본격화된 것도 해당 시점 이후다.

우리 정부의 후속 조치에 이목이 쏠린 것도 이런 선례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증시가 저PER 주도 시장이 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증시가 저평가로 지적된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오는 26일 공개된다. 기업들이 스스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중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시가총액·업종별로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