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6세기 독일 작센 지방에서 은광석을 제련할 때 유독성 증기와 가루만 나오는 것이 있었다. 은광석처럼 생겼지만 옅은 푸른색을 띠며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광부들은 그 광물을 독일어로 ‘도깨비(kobold·코볼드)’라고 불렀다. 도깨비의 정체는 오늘날 배터리 소재로 주목 받으며 치열한 확보 경쟁 대상이 된 ‘코발트(Co)’였다.
코발트는 광택이 나는 은색 금속 원소다. 고온에서 정제하면 산화코발트가 되는데 녹은 유리에 산화코발트를 첨가하면 파랗게 변한다. 코발트로 착색된 유리는 이집트 제18왕조(기원전 1550~1292년)때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푸른색을 내는 안료로 널리 쓰였다.
우리나라에서 코발트를 쓴 유물로는 조선시대 백자(白磁)에 푸른색 무늬를 넣은 ‘청화 백자’가 유명하다. 또 코발트 하면 떠오르는 ‘코발트블루’는 산화코발트와 알루미늄을 결합해 만든다.
안료로 쓰이던 코발트가 근래 산업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배터리와 관련이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음극재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양극재에 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한 것을 NCM 배터리라고 부른다. 국내 배터리사가 주력하고 있는 고성능 배터리이기도 하다.
코발트는 배터리에서 부식을 방지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리튬은 반응성이 강해 공기나 물과 만나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반응성이 낮은 코발트를 섞어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한 리튬·코발트·옥사이드(LCO) 배터리를 개발했던 존 굿이너프 교수는 2019년 고령의 나이(97)에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통계 자료 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코발트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총 400만톤(t)이 매장돼 있으며 호주(150만t), 인도네시아(60만t), 쿠바(50만t)를 합친 것보다 많다. 2022년 기준 세계 코발트 생산량 1위 국가도 콩고로 총 14만5000t을 생산해 세계 점유율 73%를 차지했다.
특정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매장된 코발트의 특성상 공급망이 불안한 실정이다. 특히 콩고에 대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며 공급망 통제에 대한 우려가 일기도 했다.
콩고 자체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쟁과 내전에 시달렸기 때문에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성이 낮은 나라로 평가된다. 국내 배터리사는 신규 수급처로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 등 코발트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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