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쿠팡이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며 약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승소했다.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갑질을 했다는 공정위의 판단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쿠팡에 호재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쿠팡은 CJ올리브영이 협력업체에게 자사와 납품 거래를 하지 말라는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월적 지위’를 중점을 두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올리브영에 힘을 실어주게 될 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전날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공정위가 전부 부담하게 됐다.
재판부는 쿠팡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일시적인 할인 판매 등으로 내려간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하며 갑질을 했다는 공정위 주장에 대해 “원고의 행위가 단순한 제안을 넘어 최소한의 강제성을 가진 행위로서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거래 당사자 사이에는 거래 조건에 관해 여러가지 사항을 요청·교섭·협의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거래 내용을 일부 제한하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또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매일유업 등 8개 대기업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고 한 쿠팡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쌍방이 모두 상당한 사업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라면 어느 쪽의 사업능력이 큰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8개 제조업체들의 납품가격이 너무 높아 매입과 판매를 하면 할수록 손실이 발생한 점은 원고가 제조업체들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선고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단은 빠르게 뒤바뀌는 유통시장의 변화를 고려한 판단이라 생각되며 유통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유통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쿠팡은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은 화장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개시한 2019년부터 CJ올리브영이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해서 방해해왔다는 입장이다. 납품업자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쿠팡에 납품할 경우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전날 쿠팡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CJ올리브영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쿠팡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의 배타적 거래 강요 행위는 납품업체들의 거래상대방 선택의 자율권을 박탈하고 경쟁사업자인 쿠팡의 뷰티 시장으로의 진출 및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쿠팡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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