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꿩 대신 닭' 못 되는 한국형 CF100…"RE100 대응 골든타임 날리는 꼴"

고은서 기자 2024-02-01 06:00:00
국내서 달성하기 어려운 'RE100' CFE 두고 정부와 기업 '동상이몽' "CF100, 결코 대안책 될 수 없어"
(사진 왼쪽부터)이회성 무탄소(CF) 연합 회장,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정부가 RE100(재생에너지 100%)의 대안으로 내세운 '한국형 CF100(무탄소에너지 100%)'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학계에서는 한국형 CF100은 정의조차 잘못됐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호응도 얻을 수 없다며 RE100 대응에 힘쓰는 것이 우선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무탄소에너지의 개념을 새로 정립한 'CF100'을 글로벌 규범으로 확산시키는 첫걸음을 뗐다. 기존 태양광·전력 등 재생에너지의 범위를 원전과 수소 등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로 넓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전부를 충당하자는 이야기다.

정부가 이러한 개념을 내세운 것은 기업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해야 하는 RE100보다 한국 실정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한국 특성상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탓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어 RE100 달성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국내 산업계 강점으로 꼽히는 원전과 수소를 활용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정반대다. 기업이 RE100을 달성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사용 전력 100%가 재생에너지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충당하되, 화석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녹색 프리미엄 등을 통해 상쇄시킬 수 있다.

반면 CF100의 본래 의미는 '24/7 CFE'를 통칭하는 것으로 매일 24시간, 일주일 내내 무탄소에너지만을 사용해야 한다. 전력망에서 화석 연료를 사실상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7년 RE100을 최초로 달성한 구글조차도 CF100을 달성하려면 2030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100도 달성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이를 건너뛰고 CF100을 내다보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CF100은 오히려 RE100보다 달성하기 어려워 강행하면 기업이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며 "해외에서 보는 CF100은 RE100의 대체 수단이 아닌, RE100을 달성한 기업들의 한 단계 더 나아간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게끔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힘을 쓰는 등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전 세계 추세로 이미 자리잡은 RE100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 납품을 취소하는 사태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현실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며 "그저 우리는 CF100을 내세우며 '정신 승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